혼자 받은 영감보다 함께 받은 영감이 더 오래간다.
창작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만 3세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아웃풋을 내는 중입니다. 결과물의 퀄리티는 그리 만족스럽진 않을 때가 사실은 더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는 꾸준하게 정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앞을 보고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요즘엔, 특히나 결과물 자체가 저와 제 인생을 대표해서 설명해 주는 대명사 같은 것이 된 것 같아 퀄리티가 신경 쓰이더라고요. 나름대로 책도 자기 개발서나 에세이에서 소설로 넘어가서 창작의 욕구도 자극해보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들도 많이 구경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이런 모든 행동들도 멍 때리며 하다 보니 인풋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보고 온 영화나 전시회는 휘발성이 강해 금방 잊혔습니다. 친구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면서 카페에서까지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했던 전시들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지금의 저는 친구가 필요해졌습니다.
저는 나름 I형 사람입니다. 사람과 함께하는 걸 힘겨워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부터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중입니다. 그나마 집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과 연락해서 얼마 전 판교에서 만났습니다. 저를 아는 친구가 신기해하더라고요. 아직 사람 만날 쿨타임 안 찬 거 아니냐고. 언니가 먼저 모임을 잡아서 신기하다고. 그래서 말했습니다. 혼자 있으니까 내가 느낀 거, 생각한 걸 공유하지 못하더라. 그러니까 금방 잊어. 남아있는 게 없으니까 요즘 공허해지는 것 같아. 이런 이야기는 너희들이랑 하는 게 좋더라고.
나름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었지만, 결국엔 내가 새롭고 좋은 걸 만들려면, 다양한 걸 느끼고 남기는 창작의 시작점부터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피드백을 주니 마니 그런 학구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혼자 고립되어서는 내가 느낀 것을 곱씹을 수 없습니다. 서로 핑퐁 하듯 내 감정, 네 감정 서로 공유하고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들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나에게 깊숙이 흡수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깊어진 감정들이 제 창작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친구들과 만나서 돈과 시간을 쓴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걸 공유하고 서로에게 깊이 심어주는 꽤 영향력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