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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Feb 28. 2024

[일일일글] 컨디션

컨디션도 육아하듯 잘 돌봐주어야 한다.

요즘 일일일글이 뜸해졌습니다. 그림도 그렇고요. 메인 스케줄만 소화하며 일정을 최소화하며 제 컨디션을 관리하는 중입니다. 요즘 다시 제 인생 메인 이슈로 떠오른 "건강 악화" 때문입니다. 다시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지고, 편두통과 멀미가 심해져 대중교통을 타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불면증까지 더해지니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잔뜩 예민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 일일일글을 쓰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서 그런지 이전보단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컨디션 난조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 건강 관리의 목표는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아가들이 응애-하며 태어날 때, 저는 골골거리며 태어났습니다.( 4.2kg  우량아로 태어났지만 몸무게에 올인해서 세상에 나온 듯합니다.) 아무튼, 한 번 나빠진 건강은 보통의 사람보다 곱절로 노력해도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나마 좋을 때 관리해서 유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요즘 건강이 나빠진 이유는 컨디션 관리를 못해서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역시 욕심을 부려서입니다. 이전에 제가 갓생이나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겠다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하면 저는 쉽게 지쳐버려 저질의 결과물을 내기 때문인데,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저에게 그런 생활은 오래가지 못하는 생활입니다. 체력도 저질인 저는 그런 생활을 하고 금방 재가 되어 현타를 느끼곤 합니다. 난 또 실패했어-하고요. 그래서 적당하고 꾸준하게 사는 걸 지향합니다. 컨디션관리를 못하면 이렇게 아파지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는 곧 제 방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기분까지 우울해져 옷걸이에 옷을 걸 힘도 없어 방 한쪽엔 옷무덤이 생깁니다. 고양이 알레르기도 심해집니다. 매일 떼어내던 고양이털을 뗄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 정신과 신체는 서로를 갉아먹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이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상태를 인지했을 때. 아직 악순환의 고리가 고리를 물고 잔뜩 길어져 제 온몸을 칭칭 감아버리기 전에. 아직 겨우 발목 하나 슬쩍 감았을 때, 이때 탁-쳐내야 합니다. 

 이번엔 잘 쳐내는 중입니다. 힘없이 병원도 안 가던 제가 아닙니다. 이젠 아프면 재깍 병원에 가서 필요한 치료와 약을 처방받습니다. 쿠팡에서 로켓프레시로 건강한 재료들을 사다가 잠시동안은 비정제 음식과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고, 항상 따듯한 물을 마십니다. 잠시 쉬고 있다는 것에 현타를 느끼지 않기 위해 딱 한 가지 하는 일엔 오히려 더 집중합니다. 우리 뇌는 집중하는 나를 좋아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을 하지 못하는 날엔, 적은 일에 더 집중해서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제 뇌에게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신체와 정신 건강을 열심히 챙기다 보면, 다시 저는 좋은 상태까지 도달합니다. 

 가끔은 스스로를 너무 개복치라고 생각하며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제가 좋기도 합니다. 타고나길 건강한 것도 물론 좋습니다. 건강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제 건강이 나빠서, 좋아지려고 발버둥 치던 모든 시간들이 값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건강에 대해 많은 지식도 쌓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요리 실력도 늘었고, 입맛도 건강하게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타고난 것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으니, 오히려 더 많은 걸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려면 계속 시간과 노력, 돈까지 써야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저는 계속 건강해질 거고, 그렇게 노력하는 나 자신을 좋아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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