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날 사랑한다면 날 괴롭게 하는 것들로부터 열심히 피해!
요즘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회피'입니다. 회피라는 단어가 주는 첫인상이 조금 부정적이죠? 꼭 자신 없이 휙휙 피하기만 하는 것 같잖아요. 열심히 사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다 보면, 사서 고생하라는 말이나 역경과 고난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등 힘든 일을 정면으로 부딪혀 이기라는 말을 많이들 들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짧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면서 느꼈던 건, 피할 수 있는 고난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인생의 난이도를 낮추면 스트레스가 없고, 그럼 행복도가 놀라곤 합니다. 평온해지니까요. 스티븐 잡스 같은 거물이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과한 열정을 가지고 살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과 조용하고 오손도손하게 살면 행복이 바로 내 안에 깃들게 되는데 말입니다.
요즘도 가족을 생각하면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도 짜증이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가족들과 저는 정말 안 맞거든요. 저만 어디서 주워온 것처럼 좋아하는 음식부터 행동과 말투까지 참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본가로 돌아온 이후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가족들도 그랬겠죠? 예전엔 아빠랑 심하게 싸우고 집에서 나와 독립할 정도로 외적인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제발 내가 말하면 좀 들어라, 좀 바뀌어라- 하는 생각으로요. 물론 저도 누가 말한다고 바뀌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사실로 머리를 후드려 맞은 뒤엔, 남을 고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쳐야겠다는 스트레스도 없어졌어요. 그냥 싫은 소리를 하면 한 귀로 흘리고 바로 훌훌 털기 위해 산책하러 나간다며 그 자리를 뜹니다. 회피죠. 그러나 저를 위한 회피입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그 상황을 피하면 저도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을 수 있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싸우는 것많큼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런 생각으로 살다 보니 항상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던 저 대신 적당히 가리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으로 마지막 연애를 했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이후로 왠지 모르게 연애에 대한 감정이 없어졌어요. 아직까지 좋은 건지 싫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연애가 주는 행복보단 스트레스가 많았던 저에게 연애를 회피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저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상책인 것 같습니다. 다들 무언가 본인을 힘들게 한다면, 그리고 그게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면 잠시 떠나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잊어버리고 쉬어보세요. 쉼에 대해 많이 생각하다 보니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편할 수 있을까, 더 안정적일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 중입니다. 다들 스트레스 없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