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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ul 22. 2021

소스케 다이스키

포뇨도 좋지만 소스케에 마음이 가는 이유

한 번 본 건 책이든 영화든 절대 다시 보지 않는다. 내가 못 본 장면을 찾겠다고 이미 아는 장면들이 지나가는 지루한 순간을 못 견뎌서 그렇다. "벼랑 위의 포뇨"는 예외다. 계속 보게 된다. 시끄럽고 앞뒤 없이 막 행동하고 시끄러운 캐릭터를 안 좋아하는데 포뇨는 예외이다. 아마 보통의 영화 주인공은 다 큰 성인이 아이처럼 해맑아서 거북함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포뇨라는 캐릭터가 해맑은 "아이"라서 보게 되었다. 목소리도 귀엽고 당차고 야무진 표정으로 소스케 다이스키를 외치는 장면이 특히 귀엽다.


최애 라면 먹방 씬


포뇨의 순수함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추억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내 어린 시절 모습에 포뇨는 1도 없다. 오히려 소스케와 비슷했다. 딱 필요한 말만 했고, 얌전하고 무뚝뚝해서 말 잘 들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엄마한테 반말로 할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행동은 무조건 해야 하는, 독립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모습이 딱 나다. 유일한 감정 표현도 울음뿐이다. 소스케는 영화 중반부까지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아기 같은 포뇨를 집에 데려와 돌봐주고, 자잘한 사고들을 잘 수습해준다. 엄마가 아빠의 항해가 길어져 삐지니 대신 모스부호로 아빠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는 속 깊은 아이다. 


엄마를 찾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소스케

포뇨가 육지에 올라옴으로 인해 파도가 섬을 덮치고 소스케는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는 장면이 있다. 처음엔 어른스럽게 포뇨를 챙겨 배를 타고 다니며 마을 어른들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힘든 여정 끝에 결국 엄마 차를 발견하지만 엄마를 찾지 못하자 울음을 터뜨린다. 그 장면에서 항상 같이 울게 된다. 결국 어른스러운 아이도 아이다. 소스케는 영화상에서 유치원생이니 애처럼 때도 쓰고, 어리광도 부리는 되게 어린 나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긴 항해로 집을 자주 비우는 아버지와 그로 인해 서운함이 많은 어린 엄마 아래서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아이라 느껴졌다. 화목하고 부족함 없는 집이라 어리광을 피울 이유가 없어 얌전한 아이가 아니라 내 어리광을 받아 줄 어른이 없어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사실 위의 아이 같은 행동은 다 커서도 하고 싶다. 뒤늦게 누구에게라고 기대 고도 싶고, 어리광 피우고도 싶다. 그러나 그런 걸 받아 줄 또래 어른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다른 만화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특이한 성격의 소스케가 포뇨라는 아이를 만나 잠시 아이 같은 해맑음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같아 조금은 남다른 의미의 영화이다.


귀여웅..

소스케의 행동적인 부분에서 또 특이했던 부분은 부모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피셜 의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포뇨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보던 중 봤던 건데, 이 영화의 PD 스즈키 토시오가 말하길, 존칭을 쓰지 않는 건 가족 안에서 각자가 독립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리사의 교육 방침이라고 한다. 피디가 한 말이지만 이 말을 듣기 전 시청자로서 나는 정말 저 집에서 소스케는 아이처럼 자랄 수 없겠구나 하는 뭔가 아쉬우면서 신경 쓰이는 마음이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말할 때 상대에 따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벼랑 위의 포뇨, 콘스탄틴을 말한다. 대외적으로는 시크해 보이고 싶어 콘스탄틴을 말하곤 하는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포뇨를 말한다. 엥 하거나 웃는 반응을 해도 안 부끄럽기 때문..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포뇨가 귀여워! 라거나 지브리에서 디지털 작업 대신 핸드드로잉으로 제일 많은 컷 수로 작업한 영화야!라고 하지만 마음속 이유는 소스케라는 주인공에게 끌리기 때문이다. 비록 영화 캐릭터이긴 하지만 막이 내리고 그 뒤에서는 아이처럼 해맑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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