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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un 29. 2021

시간제한의 아이러니

시간제한은 작업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내 마음은 항상 불만족

저는 현재 시각디자인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학교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기억 안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던 그림이었고, 동기는 잘 그린다는 주변의 칭찬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고 그림만 묵묵히 그려왔습니다. 처음 입시학원을 간 날, 순수 미술을 하고 싶은 저에게 어머니가 디자인 학원을 권유하셨고 상담을 받으며 처음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디자인 지식이 전무하던 저에게 선생님은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셨고 그중 캐릭터 디자이너가 마음에 들어 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기계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보다 움직이고 말하는 캐릭터가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미술학원을 다니며 입시 미술에 치여 무엇을 할지보다 어떤 대학이든 붙어서 재수를 끝내는 것이 인생 목표가 되었던 것 같아요. 


 힘들게 재수를 마치고 붙은 대학교에서 2학년 전공 선택의 시간에 저는 고민 없이 시각디자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다르게 편집 디자인만 죽어라 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다 3학년 즈음되니 실용적인 디자인을 하는 수업들을 듣게 되었고 처음 직접 캐릭터 디자인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처음 디자인하게 된 캐릭터는 스쿨존 내부에서 사용될 캐릭터 늘보라였습니다. 스쿨존 안에서는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가라는 의미에서 기획된 캐리기터입니다. 이때는 기획은 하지 않고 외부만 만들었어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감에 차서 혼자 하겠다고 덤볐는데 생각보다 캐릭터 디자인이 만만한 게 아니더라고요. 결론은 전혀 제 맘에 들지 않는 캐릭터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 디자인 자체를 처음 하는 거였고, 팀원들의 요구사항이나 교수님의 컨펌으로 제 기준이 흔들리며 원하지 않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면서 저도 손을 놨던 것 같네요.


위의 그림이 늘보라의 캐릭터 콘셉트 아트 중 하나예요. 이후 일러스트에 자신이 조금 있어서 캘린더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늘보라를 넣어 그렸는데 이 작업은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캘린더도 제작을 했는데, 학교가 원주라서 저는 받으러 가지 못했네요. 그건 참 아쉬워요. 아무튼 이렇게 한 학기 작업을 마무리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상당히 우울했어요. 게다가 이 시기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서 나름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그렸는데 제 마음에 안 드니 자신이 없더라고요. 


항상 시간에 쫓겨 마감을 하다 보면 원하는 작업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있는데, 시간제한이 있으면 집중력이 올라가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작업량을 효율적으로 하기엔 좋은데 정말 내가 한 명의 창작자로서 원하는 수준까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모순적이지만 시가 제한과 동시에 충분한 시간 또한 필요해요. 제한이 없으면 나태하게 작업을 하게 되고 그렇다고 제한이 있으면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져 마무리가 아쉽거든요.


 다른 분들은 작업의 시간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그 시간 안에 어떻게 작업해야 내가 만족할만한 작업이 나오는지도 궁금하고요. 감정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터놓고 잘하는데 작업에 대해서는 뭔지 모를 자존심에 내 힘든 점을 잘 토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혹시 제 글을 보게 되신다면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시간제한 안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제 글을 통해 다른 분들과 소통도 하고 싶어 글을 써 봅니다. 하단에 제 다른 콘셉트 아트들 올려봅니다. 퀄리티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재미없는 학기 중 수업에서 가장 재밌게 작업했던 결과물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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