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도동 Jul 28. 2021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정답이라는 것은 없으니

관계가 틀어지면 항상 하던 생각이 있다. 


쟤는 왜 저래, 왜 틀린 걸 인정하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날 보호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이 관계가 틀어지게 된 원인들 중 나는 없어야 한다는 강박이기도 했다. 나는 분명 힘들었고, 참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니 내가 저 애의 몫까지 고통을 감내했을 거야, 그러니 아픈 내가 잘못했을 리 없어-하고 말이다. 아프기도 했는데 내 잘못도 있다고 하면 너무 억울하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분명 나만 힘들었을까?


아니다. 사실은 둘 다 힘들었을 거다. 다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도 못하는 일을 남이 못할 땐 더 냉철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기에 남들에게 박한 평가를 해서 남들만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나 또한 항상 그런 태도로 관계를 바라보아 남들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어버리고 상처를 줄 때가 많았다.

내 경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는, 둘이 만나 잘 지내는데 한쪽에서 자꾸 약속을 안 지키거나 본인이 했던 말을 다 주워 담지 못할 때 틀어졌다. 그 사람이 바빠서일 수도 있고, 게을러서 그럴 수도 있다.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안 하거나 정말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까지는 모른다. 그냥 그 사람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넘기거나 조금 떨어져서 기다렸다면 둘 다 상처 받을 일이 없었을 거다. 그러나 나는 그 관계 안에 더 깊게 파고들어 그 사람을 비난한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아무리 그 상대가 좋더라도 내가 힘들면 잠시 미뤄둘 때도 있고, 피곤해서 일을 미뤄두기도 한다. 나도 다다르지 못한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라고 상대를 몰아붙였던 것이다.


관계가 틀어지고 나서 생각해보면 나도 항상 잘못이 있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내 잘못이 아닌 것 같아도 대부분 적어도 10%의 과실은 물듯, 두 명이 서로 관계라는 길 위에서 열심히 달리다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닌 거다. 다만 내 추한 모습이 투영된 거울이 반사하는 빛을 완전히 받아내기엔 내 멘탈이 세지 않아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성공한 0.1%의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평범하게 참 못났다. 그런데 여기서 더 못난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정말 추락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곤 한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그건 비겁한 거라며 핀잔을 주는 모순된 행동을 반복하곤 한다.


그러니 내 모순된 행동을 하고 내 못난 모습을 캐치했다면, 인정하고 반복하지 말자. 완벽히 고친다는 가능성을 일단은 열어두겠지만, 그게 참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적어도 앞으로는 인정하고 잘못이라면 사과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점점 나아지는 내가 좋아지는 순간까지.



작가의 이전글 이별은 갑작스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