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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Aug 03. 2021

꿈이뭐예요?

꿈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

면접을 보고 왔다. 

교수님의 제안으로 갔지만 아침마다 버스, 지하철, 지하철 순서를 밟아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져 다 내려놓고 간 곳이라 그런지 매우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온 것 같다. 당락과 상관없이 긴장하지 않고 할 말은 다 한 느낌. 내 생에 첫 면접은 질문 있냐는 말에 밥값은 잘 주시냐는 질문으로 대표님을 빵 터지게 하며 마무리되었다.

딱히 맘에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그저 갔다 오니 잠시 생각이 많아졌다. 많은 질문 중 가장 여운이 남았던 질문은 제목과 같다.


"꿈이 뭐예요?"


머리도 거치지 않고 내 입에선 적당히 벌어서 무탈하게 사는 것-이라는 말이 튀어나갔다. 요즘 딱히 목표의식도 없고 현생도 재미가 없는 이유가 꿈이 없어서인데,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저딴 식으로 해서 망했다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이 질문에 한동안 잠겨있었다. 예전엔 나도 꿈이 참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싶더라. 내 예전 꿈은 이거였다. 나와 다른 점이 많아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의 자극제가 되어 같이 조금씩 발전하며 재밌게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 나와 내 사람이 같이 낳은 아이는 참 예쁘겠다 생각했다. 아이가 왜 나는 엄마처럼 쌍꺼풀이 없냐 물어보면 아빠 닮았다고 해야지. 아이와 몸으로 잘 놀아주려면 지금부터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꿈은 나 혼자 노력한다고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나 혼자 어떻게 살지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꿈은 마당이 딸린 주택을 하나 사서 내 그림방 하나를 먼저 만들 거다. 그리고 마당과 거실이 이어지게 해서 고양이들이 마음껏 햇빛과 곤충들을 볼 수 있는 고양이 놀이터가 있는 집을 꾸미는 것이다. 그 집에서 나는 프리랜서로 살면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 외주를 받아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내 꿈은 좋은 사람과 함께 사는 거여서 그런가. 이 꿈도 결국은 내가 아이가 생긴다면을 가정하고 상상해보았다. 아이가 자연과 고양이들을 보고 자라서 생명의 소중함과 따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나와 함께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어주고 대화도 많이 했던 게 너무 좋아서 나도 그런 어머니가 되고 싶어 프리랜서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그렇게 가족들과 청소도 하고 밥도 만들어 먹고 저녁엔 선선한 바람을 쐬며 산책하고 들어와 잠이 드는 그런 꿈을 꾸었다.


"재희 씨는 꿈이 뭐예요?"


나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거다. 무심하게 던진 그 말이 남들이 듣기엔 욕심 없는 사람의 별 거 없는 한 마디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 안에는 내가 이전에 꿈꾸었던 평온함을 담은 한 마디이긴 했다. 잠시 삶이 즐겁지 않아 나도 꺼내보지 못했던 소중한 꿈이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마 이 면접을 통해 만난 그 질문은 잠시 과거를 향해 끊임없이 잠식되고 있던 나에게 다시 고개를 돌려 미래를 향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는 기회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꿈과 현재, 내 감정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꿈이란 사람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며 미래를 행복하게 기다리며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청춘만화에 나올 것처럼 열정이 가득해 회색 인간들 사이에 혼자 자기만은 색이 있어 독보적인 분위기를 뿜는다. 꿈의 크기나 질은 상관없다. 진짜 사소한 것이라도 미래 계획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내일 퇴근길에 붕어빵을 먹기 위해 오늘부터 내 재킷 주머니에 기분 좋게 천 원을 넣으며 뿌듯해하는 것도 좋다. 아무리 오늘이 지루해도 이걸 견디게 해주는 건 꿈이 있는 미래인 것 같다. 그래서 꿈을 꾸고들 사는 것 같다.


내 꿈은 곧 있을 현재에 현실이 된다.

꿈이 없는 사람의 눈은 정확한 점을 찾지 못해 초점이 없다.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다시 암흑 속에서 나와 꿈을 좇는 반짝이고 선명한 사람이 되도록 작은 것부터 이루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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