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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Mar 14. 2022

엔딩없는 생각들이 상영중인 내 머릿속

잡생각 모음_01

 인정하기 싫지만 사람의 기질은 바뀌기 힘든 것 같다. 자기 암시로 난 단순하고 생각이 없는 편이라 되뇌어도 결국, 생각 많고 복잡한 사람이다. 해소하지 않으면 빙글빙글 돌고 돌아 어질어질 비틀댄다. 정처 없이 흐느적대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생겨난 스파크들이 나에겐 꽤나 유의미해 모아보았다.


 내가 도덕과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보면 그저 나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멀어지는 듯하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너무 이 상적 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바로 다음 생각에서 난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희망적인 세상을 꿈꾸지만 그 세상이 전통과 원칙을 깨부수고 0에서부터 시작하는 혁명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이야기가 많았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슈에 난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왜냐면 쟤는 이제껏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기준들을 마구잡이로 흔들어재꼈기 때문이다. 난 격정적인 걸 싫어한다.

그렇다면 정치적 올바름을 부정하니 소수자들이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천천히 가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이뤄온 것들을 다 부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재건축보단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사람이랄까.


 주기적으로 사회주의와 유토피아를 꿈꾸다가도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에서 그들을 멍청이처럼 바라본다. 쟤네들 너무 빨리 가서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날 고고한 원칙주의자들은 가만히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하겠지. 난 보수라고 하기엔 빠르고 진보라고 하기엔 느린 애매모호한 인간이었다.


 나의 부족함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나의 멍청함을 많이 느낀다. 현명해지고 싶은 갈증에 책을 있는 대로 쓸어 담아 꿀꺽-꿀꺽-마셔보았다. 보수란 무엇일까. 정의란 무엇일까. 플라톤이 말하는 유토피아란 무엇일까.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아이처럼 무엇일지 가르쳐줄 것 같은 책들에게 답을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정 답 없는 정답을 찾기 위해 입구도 출구도 없는 철학의 길을 걸어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마시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든 게 많아지겠지. 그렇지만 그 또한 정답은 아니겠지. 여전히 난 누군가에겐 아는 게 많은 사람, 누군가에겐 알량한 지식으로 나대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아무도 몰래 조용히 갈까 생각한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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