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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un 06. 2022

모든 시도가 좋은 시도일까

외주 파일을 보내면서 생각한다. 나는 디자인이 정말 싫다. 사실 피하고 싶어서 다른 분야를 정말 많이 찔러보았다.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어서 1학년 때는 혼자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휴학을 해서는 운 좋게도 바리스타 밑에서 커피를 배울 수 있어 한 동안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카페 운영 방법을 익히며 카페 창업을 꿈꿨다. 그와 동시에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3D 모델링을 배우고, CG를 배웠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누구에게나 너무 딱 맞는 분야는 없다. 우연이든 호기심이든 한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 후에는 누구나 실증을 느끼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린다. 아, 저 길로 가면 잘할 것 같은데-라고. 고민된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 있는데, 다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게 맞는 것일까.


나름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적지 않게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시도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것이다. 내가 왜 다른 분야에 가고 싶어 하는걸까를 생각해야한다. 그 이유가 실증이든 능력 부족이든 긍정적인 것은 아무튼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시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도를 해보면, 경험을 해보면 알게 된다.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용기, 일을 진행시키는 지구력,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판단력, 일을 끝맺는 의지는 모든 분야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관통하는 요소들이 내게 부족해서 이전에 서있던 길 위에서 힘들어 했고, 새로운 길의 초입부터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다시 디자인을 하기 위해 돌아온 나는 용기, 지구력, 판단력, 의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나에게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 일을 하며 얻은 게 하나 있다면 어디서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뻔뻔함과 악바리 근성이다. 시도하다 실패했을 때의 쪽팔림에 둔해지는 뻔뻔함, 능력이 부족해도 아무튼 끝장은 보게 해주는 악바리 정신. 사실 후자는 여전히 힘이 조금 부족하지만 달달 떨면서 내 몸뚱이를 골까지 끌고 올 정도의 힘은 기른 듯하다.


아무튼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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