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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Sep 10. 2023

부모님 집에서 자취방 꾸미기

혼자 살긴 실지만 혼자 살듯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저예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 고립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내가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취 생활을 끝내고 나는, 본가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전과는 약간 다르다. 같이 살되,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편안해지고 싶어 부모님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을 꾸민다.


    요즘의 나는,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다. 예민한 반응들이 극으로 치닫다 한풀 꺾이면, 자기반성과 혐오로 범벅이 된 채로 멘털이 갈려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결론은, 가족들에게 잘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에게 제일 편한 상대에게 나는 좋게 말해 솔직한 것이고, 무례해지는 것 같다. 너무 날것의 나를 보여주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직장인으로서의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니, 친구들 고의 만남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남이라는 사람에게서 오는 이질감과 거리감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곱씹는다. 가족들에겐 느
껴지지 않던 그 이질감. 내가 예민할 수도, 남들이 표현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사소한 사안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유독 크게 다가오는 것을 안다. 그 감각 하나로 인해 나는 요즘 가족 외의 모든 관계가 버겁다.


    그래서, 내가 자유로이 숨 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했다. 그 결론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나를 디깅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하얀색과 초록색을 좋아한다. 햇빛과 바람을 좋아해서 극단적인 날씨만 아니라면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 놓는다.(그러면 고양이들이 와서 낮잠을 자는데, 고양이들이 요즘 내 공간을 애용해 줘서 고맙다.) 풀을 좋아해서 화분을 놓았다. 침대에 앉기는 싫고 책상 의자는 쉬는 기분이 안 나서 1인용 소파도 놓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며 나만의 벙커를 만드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이곳에서 여유를 찾게 된다면, 다시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뾰족하게 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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