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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Sep 05. 2023

나에게 과몰입하지 마세요.

과몰입은 언제나 흑역사를 만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큰 에너지를 쓰는 일이 되는 나에게, 만남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집 밖을 나서야 하는, 중대한 일이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누군가와 만남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나에겐 꽤 득이 많은 행위이기 때문이라 느끼기 때문이다. 이성적 만남이던 단순한 친구 사이의 만남이던 그 종류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만나고는 있지만, 그 상황에서 나와 제삼자처럼 그 시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당장 주말을 떠올리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를 따라 클럽에 갔다. 거기서 "나"를 쳐다보고, "내" 몸에 과하게 밀착하고, "내" 등과 어깨에 쓸데없이 손을 얹고 있으면 너무 불쾌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내 감정에 매몰되는 게 너무 피곤했다. (밤에, 사람에, 처음 가는 공간에 모든 게 다 자극이라 피곤했던 것 같다.) 모든 과정들에서 "나"를 빼고 생각했었다. 그저 클럽에서는 "여자"를 쳐다보고 만지는구나 싶었다. 돌아보니 이렇게 생각하는 게 스트레스가 없었다. 얼마 안 되어 같이 놀던 남자들을 그곳에 두고 친구와 나는 막차를 타고 집에 왔지만 말이다. 


 그동안 내가 항상 예민했던 건, 모든 상황에서 "나"라는 사람에 과하게 몰입하고 매몰되어 있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에게서 빠져나와서 스스로를 남처럼 대하고 바라보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일반인들이 다양한 대중 매체에 많이 나오는데, 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매주 점심시간이 회사에서 보는 나는 솔로의 한 출연자가 이 이야기에 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누군지는 다 알겠지만, 혹시 모르니 몇 기에 출연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 출연자는 남인 내가 바라보았을 때 예민한 사람이다. 스스로 세상 풍파를 다 견디고, 모진 일을 많이 당한 과거와 그 상처에 과하게 몰입해 있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나는 솔로에 나온 출연자들 중 역대급 빌런이 되었다. 그분이 만약 자신에게 과몰입하지 않았다면, 다른 출연자가 별 의도 없이 말한 단어에 꽂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고,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성에게 자신이 옳으니 오로지 자신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편향된 생각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빌런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생각보다 스스로에 과몰입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흑역사를 만든다. 나 또한 내 상처가 너무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순간이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후회되고 부끄럽다. (진짜 이해 안 된다..)  안타깝지만 대부분 그 당시에는 잘 모른다. 나에 집중해서,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모든 정답은 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사람을 많이 만나고, 파생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를 남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깨달은 것에 대해 말하는 나조차도 우연히, 상황이 도와줘서 이런 생각에 다다른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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