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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Aug 22. 2023

비현실적 원테이크 인생을 꿈꾸었는데요,

 나는 줏대가 없진 않다. 단지, 한 번에, 완벽하게 착-!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 중심이 잘 흔들릴 뿐이다. 실수를 하기 싫으니 경험자 기반 조언들을 구해 나만의 빅데이터를 쌓는다. 여기서 추출된 인사이트를 통해 선택을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낮지 않을 거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나에겐 그리 신뢰도 높은 선택 방식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다양한 선택지의 경험자가 되어 스스로 데이터를 쌓아 간다. 많은 시도를 하고, 수정을 하고 꼬불꼬불하게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처음엔 이게 너무 싫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가 정해지면 무던히  주욱 뻗은 길을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만족이 어렵고 조금의 만족을 더 얻기 위해 길을 갈아엎어버릴까 싶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나는 어차피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컷 없이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 같은 영화보단 고민을 중간중간 넣어 신중히 만들어가는 인생이 나에게 맞는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원했던 나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는 꾸준한 사람이었다. "저는 20년 넘게 매일 아침엔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습니다. 한 번도 거르지 않았죠!" 한 두 문장과 생활 패턴으로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게 멋있다. 내가 얼마나 줏대 있고,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인지를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저런 사람이 못 된다는 걸.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질리는 게 있으면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대신 난 그런 걸 잘한다. "저는 꾸준한 사람입니다. 꾸준하게 한 가지 행동을 하고 한 가지 아침 식사를 먹지 못해요. 그렇지만, '항상' 도전을 좋아하고 '언제나' 새로운 걸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이직으로 나에 대해 설명 가능할 것 같다. 나는 내 만족을 위해서라면, 남들이 뭐라 하던 이직도 서슴없이 했다. 결론적으로 더 나은 연봉과 워라밸, 사람들을 얻었다. 이직을 할 때마다 걱정과 망설임이 있었다. 애매한 경력만 쌓여서 계속 중고 신입 상태로 직장을 찾아 헤멜 것인지, 싫은 사람들과 일에 파묻혀 스트레스를 참을 것인지. 결국 나는 다양한 선택들 속에서 내 '[만족]을 우선하고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내 인생이 목표로 했던 원테이크 영화 같지는 않다. 슛 들어갔다가도 마음에 안 들면, 촬영 중에 갈아엎은, 지우개로 수없이 지워댄 대본 같다. 너무 지워대서 너덜거리지만, 그때 묻은 종이와 그 흔적이 내 노력 같아 요즘엔 나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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