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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Aug 17. 2023

귤 같은 인생

놀다가 와닿은 문장

 요즘 다시 즐겨보는 유튭 알간지의 3년 전 즈음 영상 제목이다. 귤 같은 인생.

알간지는 구독자랑 이야기를 하다가도 인사이트가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잘 던지는 사람이라 즐겨본다.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은 유난히 와닿은 문장이 있어 글을 적게 되었다. 


  그의 귤을 주무르면 맛있어진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그는 이유를 찾아보았다. (이 부분도 굉장히 배울 점) 귤을 주무르거나 충격을 주면 에틸렌이라는 성분이 나와 당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인생 같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그 생각에 동의하는 게, 나 또한 긴장과 불안은 내가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력 장치들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적당한 긴장감은 내가 제자리에 안주하는 것을 못 견디게 하고, 불안은 행동하게끔 한다. 그래서 이 두 장치들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라면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인 말이 있다. 귤이 달아진다고 해서 충격을 무한정 가하면 오히려 귤은 빨리 상해버린다고. 이 또한 인생과 마찬가지 아닐까. 발전을 위해 날 채찍질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무한이라는 개념이 없는 인간에게 끝없이 달리게 하면 과부하가 걸려 결국 하던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 이 문장이 요즘에는 더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다. 

 대학과 취직까지 쉼 없이 달려온 내 나이 또래들이라면 많이 들어본 인생의 형태 두 가지가 있다. 욜로와 갓생. 두 가지는 너무 극단적이다. 욜로는 미래를 전혀 보지 않고 다 놔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갓생은 직장생활과 투잡, 자기개발, 취미와 휴식까지 모든 것을 200% 최선을 다해야만 그제야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삶이다. 나도 그러고 보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그 아침만에 영어공부와 그림 등 자기계발을 완전히 끝내려 했고, (너무 피곤해서 지금은 5시에 일어난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이동 시간에도 책을 읽고, 작업을 한다며 출퇴근하는 내 어깨에는 책과 노트북을 둘러매고 다니고 있다. 주말에도 자기개발을 위해 디자인 워크숍에 다니고 있고, 그 와중에 유튜브로 영상 일기도 쓰고 있다. 예전에도 이러지 말아야지 했다고 다시 긴장 바짝 해버린 나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열심히 사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적어도 사람은 변하기 쉽지 않으니, 생긴 대로 사는 게 각자에게 제일 잘 맞는 방식이라 생각하는 나에게는. 그러나, 중간 점검은 꼭 필요하다. 내가 날 너무 과하게 주무르고 있어서, 내 옆구리가 터지고 점점 상해 가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고 돌봐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엔 작고, 말랑하고, 연약한 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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