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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an 28. 2024

일일일글 [배려]

내가 평균이고 기준이라 생각하지 말자

- 친구 중에 이중 국적을 가진 아이가 있다. 말도 정말 잘하고 다양한 문화 지식도 많이 알고 있는 똑똑한 친구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다가 '복기'라는 한자 단어를 모른다고 했을 때 놀랬다. (모르다고 솔직히 말하며 의미를 물어보는 태도가 멋있어 놀라기도 했다.) 우리가 평소에 잘 쓰던 단어일지라도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말하다가도 영어 단어나 한자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면, 생각해 본다. 더 직관적이고 쉬운 말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하고. 나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그 단어를 만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서, 내 말을 그 단어만큼 못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 열심히 말한 내 손해 아니냐고.

- 단어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아무 말을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된 후 내가 처음 본 사람이랑 있던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예체능이라서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애를 낳으면 예체능은 안 시킬 거라는 말도 포함.) 디자이너와 마케터로 회사에 다니던 동안은 오오~라는 감탄사부터 들었다. 회사라는 뒷배경에 감탄했던 걸지도 모른다. 회사를 나왔을 뿐인데. 나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재밌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 또한 그들이 대학에서 배운 걸 회사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 대해 한 마디 반대의 말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 택시를 타면 정말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정치 이야기와 자식 자랑.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그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죄송하지만 배려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특히 재수생 때와 취준생 때 그들의 자식 자랑에, 돈을 주고 상처를 샀다. 본인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갔고, 좋은 직장에 갔는데, 손님은 어느 대학, 어느 회사에 갔나요? 자랑만 해도 받은 상처가 있는데 거기에 질문으로 확인 사살을 한다. 정치 이야기는 뭐, 말 안 해도 뻔하다. 어떤 당을 지지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만큼 무식해 보이는 것도 없다.


- 각자가 구체화될수록 대화에 배려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배려의 글 마침.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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