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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ul 16. 2021

여행지의 기억

그 당시의 감정을 온전히 담을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여행과 사진에 대해 써보고 싶다. 현재 졸업 주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하고 있지만 주제를 도출하는 과정 중 나온 프로젝트 하나가 여행 장소에 담긴 기억과 감정을 기록하는 어플이다. 어플에서 내가 여행한 지역을 지도상에 표시하고 그 위에 "메멘토"를 박아두는 것이다. 메멘토는 말 그대로 기념비라는 뜻도 있고 순간의 기억이라는 의미로 두 단어를 합친 것이다. 이 주제를 발표할 당시에는 프로젝트에서 중도 하차할 것이 무서워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오자마자 주제를 확 바꿔버렸었다. 동기 한 명이 너무 좋은 주제인데 왜 바꿨냐고 하는데 나만의 자료와 기획서를 가지고 있어서 나중에 디자이너로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아무튼 나는 저 주제를 할 당시에는 여행을 전혀 가지 못했다. 안 가도 상관없기도 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행을 많이 다녔었기 때문에 그런 기억들을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획을 했었다. 


 지금도 여행지에서 글을 쓰고 있다. 엄청나게 아름답거나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적적한 시골 동네에 방을 잡고 있다. 낮에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모기에 많이 물리기도 하고 더워서 온몸이 찐득하기도 했지만 저녁을 먹고 조금 기다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게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여행에서 저 기획을 떠올린 이유는, 지금은 집보다 이곳에서 느낀 편암함 때문이다. 이것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기록해두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아, 내가 이땐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고 회상하며 이 당시의 나와 감정을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에 가서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나 또한 오늘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 새로운 사진기사 픽 두 장. 코쟁이라서 코가 정말 크게 나왔는데 나를 잘 담아주어서 프사에 뭘 넣을까 너무너무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하나는 프사, 다른 하나는 배사에 넣었다. 내일도 찍어달라 해야지


여담으로 저 기획을 준비할 당시 찾아본 논문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여행지의 기억을 담는 것이 기념품 (Souvenir)이고 이것이 그 기억과 감정을 담고 기억을 회상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여행지에서 조그만 기념품을 사 오는 거라더라. 


아무튼 오늘 오랜만에 날 짓누르던 무언가를 훌훌 털어버리고 드디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듯하다. 나중에 저 어플을 만들게 된다면 상업용보다는 내가 사용하고 싶어서 만들 것 같다. 개발자를 한 명 빨리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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