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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ul 17. 2021

상대의 특별함은

오로지 내가 만들어가는 것

  "오늘은 우리 집 고양이 구름, 여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곱씹으며 생각난 사랑과 상대의 특별함에 대한 정의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분명 지나온 많은 것들이 특별했는데 많은 매체들에서 다루는 사랑을 보면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랑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우리 집 둘째 여름이
우리 집 첫째 5.95Kg 뱃살좌 구름이

 

집이 아닌 곳에서 눈을 뜨자마자 생각나는 건 우리 사랑스러운 고양이..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냥 춥고 배고파서 아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는 커피를 쥐고 산책을 하면서 점점 잠에서 깨길 바랬다. 배도 부르고 정신도 또릿해졌겠다, 그제야 구름이 여름이가 생각났다. 그제야 생각났다고 나에게 고양이가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아니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당장 아이들이 없어진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내 고양이들이 소중한데 난 왜 항상 생각나지는 않을까?

오늘처럼 대부분의 날에 나는 할 것 다 하고서야 같이 하면 좋았겠다 하고 다른 이들을 생각한다. 아마 이것도 어떻게 보면 소홀함의 한 종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머리가 꽃밭에 가 있다고들 하는 그런 류)이나 세상에 내 것이 상대 하나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은 기분 좋은 상태에 오르고서야 소중한 것들이 생각나지 않을까? 내 부정적인 기분을 공유하기보단 좋은 기분을 같이 느끼고 싶은 마음에 생각나는 게 관심이고 사랑이라 생각해서 저런 발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들이 적어도 10년 동안은 내 곁에 변함없이 있을 것이니 하루쯤은 가까이 있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의식하진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류의 대충 넘기자! 식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까 내일 놀아줘야지 하는 게 다음날도 놀아주지 않은 적이 참.. 많았다. (너무 나빠..) 그래서 이렇게는 안된다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한동안 내 행동이 별로 고쳐지지는 않았다. 이 아이들이 안 놀아주는 내가 미워서 가출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악하게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한 번씩 관심만 주면 날 계속 좋아하니까 그런 행동이 나온 듯하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다들 진짜 좋아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조그만 일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그런다는데 난 아니었다. 이렇게 내가 소홀한데 정말 우리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게 맞을까? 내가 너무 소홀하게 대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상상을 하자마자 나는 사실 내 고양이를 꽤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서야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내 삶과 이 아이들의 삶을 적절히 운용해야 둘 다 행복하고 편안한지를 고민했다. 그 덕에 내 미래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더 열심히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장을 찾고, 야근이 적은 곳을 찾을 것이다. 아이들의 간식값과 갑작스럽게 아플 때를 대비한 목돈을 사용 가능할 정도의 페이를 주는 곳에 다니기 위해 어떤 분야를 파고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내 인생의 부스터 같은 존재다. 이들이 없어도 내 인생은 계속 굴러간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내 안에 들어옴으로 인해 나는 더 세게, 빨리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중간에 고장 나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빨리 가는 것보다 나 혼자 천천히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미 떼어놓기엔 우리의 인생이 어느새 엮여 지나온 길들이 엄청나고 아깝기도 하다. 떼어놓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열심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구름 여름이는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고양이다. 그러나 나에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나도 처음엔 외적인 귀여움만 보고 데려왔다. 그래서 아기 티를 벗어난 후 애매한 모습일 때 날 많이 물기도 하니 괘씸해서 관심이 덜하기도 했다. 근데 아이들이 아프고 날 걱정시키고, 안 놀아주면 장난감을 물고 와서 귀찮게 굴고 그렇게 아옹다옹하는 시절을 거치 고나니 이제는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 서서 야옹 대는 구름이가 너무나 당연하다. 매일 간식 줄 때만 애교 부리는 여름이도 당연하다. 아무리 더 이쁜 고양이들을 보더라도 눈에도 안 들어온다. 심지어 귀엽다거나 뭔가.. 심쿵? 와닿는 느낌도 전혀 없다. 그래서 고양이의 어린 시절만 누리고 갈아치우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가고 불쌍하기도 하다. 그들은 진정한 내 옆 존재의 소중함, 특별함을 모르는 존재라 생각한다.


내 고양이에 빗대어 이야기했던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조금 더 확장시켜본다면, 사람이든 고양이든 천상 계급이 아닌 이상 그게 그거다. 적으면 8:2 많으면 6:4의 비율로 장단점이 섞여 나와 맞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는 존재들이 내 주변에 살고 있다. 그중 하나를 만난 것부터 나는 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게 너무 큰 고통을 주어 억지로 끊어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곁에 놓고 찬찬히 바라보고 쓰다듬어주면 그제야 나에겐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내 인생의 한 부분을 기억해주는 존재가 되면, 무리 중 하나에서 특별한 나만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하나를 특별한 하나로 만드는 것은 거의 나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이렇게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관계의 소중함이나 특별함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다. 사람들은 대부분 관계에서 특별한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다들 들여다보면 처음 사는 인생 속에서 잘난 면도 못난 면도 있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중 하나의 인생이 나와 섞이고 교류하면서 서로를 만나기 전엔 모를 수밖에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지내오면서 아껴주고 한 번 더 봐주기만 해도 서로가 서로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관계란 어렵기도 하지만 한 끝 차이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쉽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쉽게 관계 맺으란 소리는 아니다 ㅎㅎ)


아무튼! 고양이랑 사람이 딱히 다르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키우는 나를 보고 있자면 누굴 만나더라도 바람은 안 피우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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