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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Jan 30. 2024

일일일글 [화]

어제의 나는 부글부글 마그마 같았다.

- 사실 화가 나는 이유는 너 때문도, 그리고 나 때문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상황이, 흐름이 화라는 도착점에 내 기분을 데려다주었던 것일 뿐. 그러니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서로를 탓하는 일은 하지 말자.

- 어제는 유독 화가 많이 났다.  예민한 편인 걸 스스로 안다. 나는 변화하는 중이니까-라는 문장을 되새기며 화가 나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래야 해결할 수 있으니. 대신 그 이유를 아예 깊게, 멀리 생각해 버리는 게 요즘 내가 화를 멀리 던져버려 희미해지게 만드는 방법이다.

- 어제 화가 났다. 뚱뚱한 남자 옆, 0.5인석에 앉아 한 시간을 척추가 휘어진 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집에 오는 내내 속으로 상상했다. 1인분 이상의 자리에 앉을 거면 초과 요금을 내고 타라!라고 소리 지르는 상상.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만약 그 남자가 초과 요금을 내고, 나는 할인을 받아서 탄다고 해서 0.5인석에 앉으면 화가 안 날까? 사실은 그 남자 때문이 아니다. 그냥 불편해서 화가 난 거다. 그럼 내 화의 이유는 그 남자에겐 더는 없는 것이다. 대체로 남자들은 호리호리하지 않다면 남의 좌석을 침범한다. 그럼 이건 버스 제조 회사의 문제다. 그렇다고 버스를 넓게 만들 수 있을까? 도로의 제한이 있다. 그럼 버스가 갈 수 있는 모든 도로를 넓게 만들 수 있는가? 가능은 하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받아들이는 게 제일 쉬운 선택지이다. 그럼 어느새 내가 화가 나던 이유는 옆자리 뚱뚱한 남자에서, 버스 제조 회사, 도로를 만든 사람으로 가버린다. 내 화도 함께 점점 멀어져 희미해진다.


- 오늘은 화가 나면 얼른 던져버려야겠다 다짐하며, 화의 글 마침.

- 표지 GIF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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