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도동 Feb 06. 2024

[일일일글] 완벽

끝이 없는 완벽. 완벽하려는 노력의 굴레

- 이틀간 모든 일을 쉬고 왔다. 정확히는 3일.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었다. 열심히 해서 힘들었냐고 물어본다면, 열심히 쉬다 보니 하루 더 쉬고 싶었다고 말해야 한다. 나만의 주말이 있긴 했는데, 지나가는 말로 동생과 술약속을 잡았다가 내리 잠만 자고 겨우 정신이 들어 나의 하루로 돌아왔다. 

- 나는 일하고 공부하는 계획은 있다.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진 않지만, 계획의 유무에 따라 완벽한 하루인지 아닌지가 정해지는 것 같다. 적어도 날뛰는 나에게 울타리를 쳐줄 수 있으니까. 어디에서 뛰어다닐지 예상이 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주말처럼 쉬는 날. 쉬는 계획은 정하지 않는다. 사실 이제까지 쉬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까지처럼 엉망인 휴일을 보내면, 인생이 완벽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오히려 포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시 정신을 잡고 나의 가운데로 돌아간다. 외진 곳으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한다.

- 나는 그랬다. 완벽을 추구하다가 흠이라도 나면 그때부턴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망치자. 이젠 아니다. 흠이 날지언정 일단 완성이라도 해보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 그림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하는 게 있다. 마지막에 흰 물 같을 붓에 묽게 적셔 톡톡 치면서 그림에 작은 점들을 박아 넣거나, 색연필로 작은 스크레치들을 넣어준다. 그럼 완벽하지 않은 그림에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완성도는 오히려 높여준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는 내 인생의 스크레치다. 내 인생이 완벽하진 않았어도 신경 쓰이던 그 흠들이 오히려 작품 같은 내 인생에 디테일을 더해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하루가 망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완성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하자.


- 그림쟁이에게 모든 건 그림이로 통한다고 생각하며 완벽의 글 마침.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유카코 오데 일러스트레이션 갤러리 홈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일일일글] 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