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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도동 Feb 07. 2024

[일일일글] 인정

결국엔 내가 날 인정해야 해.

- 어제, 전 회사 팀장님이 아끼던 다른 직원의 퇴사 스토리를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 팀장님이 회사를 차려서 스카웃된 것 같았다. 그 스카웃 목록엔 나도 있었다. 전 회사에서 날 본인의 주니어 같다고 인정해 주셨던 분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거절했다. 인정해 주신 분 밑에서 일하면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아니. 내가 날 인정하지 못하니까 회사의 처음을 함께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팀장님이 예상하는 퍼포먼스를 낼 자신이 없었다.

- 그 팀장님은 내가 디자이너로써 이 직업과 분야에 애정을 가지게 해 주신 분이다. 보통 디자이너의 현실을 검색하면 최악에 최악의 경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난, 마케터를 하다가 디자인 신입으로 들어갔음에도 대기업 초봉을 맞추어 주셨다. 알고 보니 팀장님의 인정 때문이었다. 그분이 날 인정해 주시고 믿어주신 덕에 나는 첫 디자이너 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신입 디자이너임에도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고, 자신 있었다. 

- 남에게 인정을 처음 받으면, 그 한 번만으로도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일에든 덤벼들고 본다. 그러다가 실수를 하고, 지치게 되면 알게 된다. 나 자신의 한계를. 그때가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지점인 거다. 만약 거기서 노력을 해서 더 나아진다면, 그렇게 여러 번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남들의 인정이 쌓이고 쌓이면, 내가 날 인정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남들의 인정이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주 강력한 인정인 거다.

- 남들은 말이나 행동, 연봉, 좋아요 등 일회성의 단발적인 인정을 해준다. 그런 인정들은 꾸준하지 않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나는 흔들린다. 그러나 그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성취하다 보면, 어느새 나 스스로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좀 더 단단한 내가 되는 거다.


- 내가 날 인정할 때까지 작지만 매일 성취하며 살자고 다짐하며 인정의 글 마침.

- 표지 일러스트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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