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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15. 2021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흔했던 것들이 아련해졌다

   회식.
   삼겹살.
   소주.


  2년 전만 하더라도 너무 흔해서 지겨웠다. 한 테이블에 4명씩 자리를 잡고, 한 줄에 길게 앉고 바로 옆에도 길게 늘어진 사무실 사람들. 4명 중 한 명은 집게를 들어서 지글지글 소리를 지르는 돼지고기와 사투를 벌이다 보면, 기름이 튀고 지방 타는 냄새가 손부터 옷까지 달라붙는다. 외투에 페브리즈를 뿌려도 지워지지 않는 흔하디 흔했던 삼겹살 회식. 덤으로 파란 병들은 보기 좋게 줄지어 세워졌다.  

    

  난 삼겹살이 싫어. 너무 먹어서 그런지 소고기가 좋더라.     


  회식할 거면 막내라서 집게를 잡지도 않고, 페브리즈를 뿌리지 않을 장소와 메뉴가 좋았다. 횟집도 좋고,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 남는 소고기면 대환영이었다. 그래서 입사를 하고는 한동안은 개인적으로 삼겹살을 먹지도 않았다. 그렇게 부정적인 삼겹살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불편한 회식처럼 멀리해도 좋을 그런 것들로 기억 남았다.      


  가을비가 내리는 오늘, 빗소리가 마치 삼겹살 굽는 소리 같아.     


  비가 내리면 겨울이 앞당겨진다고 한다. 때아닌 한파 주의 문자가 금요일 기분을 움츠리게 했다. 지금 내리는 비는 밤새도록 내릴 것이다. 아마도 아침까지 내리고, 바람이 점차 거세질 것이다. 지난주부터 이러한 비를 만났지만, 이번 비는 진짜다. 

  온종일 굶고, 일했다. 그리고 부모님 일에 바쁘게 연가를 보내고 자취방에 들어오니 비가 쏟아진다. 아니 그냥 이번 비는 다른 비와 다르게 빗방울이 큰지 더 소리가 잘 들린다. 그러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마치 삼겹살이 불판에서 구워지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나마 가끔 지나가는 차 때문에 가을비라는 인식을 할 뿐이다.   

  

  흔했던 너. 삼겹살이 오늘은 그립다.      


  항상 그렇게 시끄럽던 삼겹살 주위로 어떠한 이유로 앉은 4명과 술잔이 있었다. 그중에는 전화로만 통화하던 사람도 있었고, 동기도 있었고, 상사도 있었다. 불편했지만, 소주 한 잔 마셔야 느끼함이 사라졌기에 덕분에 덩달아 취했다. 매번 해도 좋은 회식도 아니고 매일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은 아니지만, 빗소리가 지방을 부른다. 또 아련한 그리움을 느낀다. 오늘은 혼자라는 것이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흔하다고 무시했던 나를 용서하렴. 다음에는 잊지 않고 널 찾을 테니.     


  조만간 너무 편했지만 잊고 있던, 고마운 사람에게 삼겹살을 사줘야겠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물론 이렇게 물으면 너무 속보이려나? 그냥 잊고 있던 내가 미안하니까. 직접 고기도 굽고, 술잔도 채워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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