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춘노 Dec 16. 2021

고양이도 배고프면 사무실을 쳐들어온다

면사무소 고양이는 요즘

  요즘은 너무 내 이야기만 했다. 소소한 글을 쓰는 것을 주로 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내 주변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살짝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 면사무소 고양이들이 보였다. 한동안 글을 썼지만, 브런치에 나타나지 않은 우리 고양이들 이야기를 해본다.     


  할미 고양이는 아직 팔팔하다.



  사실 이 무리의 고양이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할미 고양이는 사람 무서워할지 모르는 먹보 고양이이다. 사료만 주면 쩔뚝이는 앞발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식탐이 강하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에 대한 애착도 강한 편이다. 어미도 신경 안 쓰는 손자 손녀도 애정이 끔찍하다.


  2020년에 면사무소로 발령을 받고 고양이가 있길래 신기했는데, 과거 사내 게시판에서 새끼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그게 이 할미 고양이의 자녀들이고, 그 자녀가 새끼를 낳아서 이제는 열 마리가 넘는 대식구를 만들었다. 

  대식구를 만들었다고, 길냥이를 뭐라 구박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는 사람 손도 타지 않은 고양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라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냥 한두 마리의 고양이 정도라면 자발적 팬클럽으로 먹이도 충당하지만, 이 열 마리 가까운 녀석들 사료값도 무시를 못 했다. 

  그래서 먹이를 조금씩 줄여서 분가를 유도했지만, 여름에 새끼들이 또 새끼들을 낳는 일이 생기자. 결국은 중성화가 답이라는 생각에 한 두 마리씩 포획용 틀로 잡아서 중성화를 시키고 있다. 몇 마리는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포획용 틀을 영리하게 피하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서 실패하고 있다.      

 

집사야! 밥 내놔라!



  결국은 잠시 환기를 위해서 열어둔 문을 넘어 사무실로 들어가서 구걸을 하고 있다. 그것도 나를 제일 무서워하면서 주말에 근무하러 나온 나를 보며 고양이들이 달려올 때면 아무리 고양이를 이뻐하는 나라도 살짝 무섭다. 그 기세로는 호랑이들이다.      


  그래도 사랑받고 자유로운 너희들이 난 부럽다.     

 

  아마도 내가 길냥이들을 사랑하는 이유도 자유롭지만, 도도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길냥이지만, 길냥이가 아닌 저 녀석들을 보면서 나는 부러운지 모르겠다. 그래도 자신들을 위해서 밥을 주고, 걱정해주며, 챙겨주는 집사들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 아닌가. 사람들도 갖기 어려운 애정인데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겠지?' 나에게도 집사가 필요다며 혼자 키득키득하는 40대 독거 노총각은 고양이 캔을 까주며 실없이 마냥 웃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벌써 일 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