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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짜파게티를 먹고 싶어

세뇌가 주는 주말의 만족

by 이춘노

나는 면 요리를 무척 즐겨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밀덕후랄까? 어릴 때부터 밥보다는 밀가루 음식을 더 좋아했다. 부모님과 사는 동안에도 꽤 많은 끼니를 라면이나 밀가루 음식을 먹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독거남이 되면서 그 횟수는 점차 늘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즉석요리도 결국은 대부분 라면에서 결말을 본다. 맛도 맛이겠지만, 가성비 면에서 따라오기 힘들다. 아마 지금까지 내가 먹어 온 라면을 부피로 측정한다면 내가 사는 원룸을 꽉 채우고 넘치지 않았을지. 이건 어디까지나 컵라면을 제외한 조리용 라면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라면을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매일 같은 종류만 먹는다면 아무래도 질리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라면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 먹는 방법이나 국물 라면이 아니라 비빔면 형식의 라면을 사이사이 먹었다.

지금도 흥얼거리는 CF 송으로 유명한 문구가 있다.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그냥 비가 오면 수제비가 떠오르고, 일요일이 되면 짜장면 대신 짜파게티를 먹고 싶어 진다. 이런 건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 같다. 실제로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밤늦게 라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을 자주 관찰했다. 아무래도 갑자기 생각나는 먹거리는 가까운 편의점만 한 것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유독 주말이 되면 짜장라면이 잘 팔렸다. 더불어서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구리가 선보이면서는 잠시 유행을 타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생충’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끌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스턴트 면 요리에 번외라면 짜장라면이 1번 아닐까?

꽃이 피기 시작한 요즘.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에는 배달음식에 소주나 고량주를 즐겨 마셨다. 한동안은 술을 멀리했지만, 올해는 불면증으로 너무 고생하면서 저절로 술이 고팠다. 하지만 술도 어느 정도 체력이 있어야 마셔야 했기에 누워만 있던 나는 최근에서야 수면을 위해서 마셨다. 문제는 배달음식은 반찬이 너무 이것저것 나온다는 점이다. 여럿이 먹는 야식이라면 풍성한 곁들이 반찬이 즐거움이겠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일단 냉장고 직행이다.

전날 먹은 야식에 고추랑 메추리 알이 그대로 있었는데, 아침도 안 먹고 점심을 맞이하려니 역시나 배가 고팠다. 누워서 점심 메뉴를 생각하다가 달력을 보니 숫자가 붉다. 게다가 메추리 알도 있다. 혹시나 해서 주방을 뒤져보니 종류는 다른 짜장라면 두 봉지가 있어서 본능적으로 물을 올렸다.


물이 기포를 뿜어낼 때까지 라면을 반으로 쪼개고, 봉지를 뜯어서 해체했다. 그리고 두어 개 남은 메추리 알껍데기를 벗겼다. 더불어 가위로 고추도 미리 썰어두면 일단 준비가 다 되었다. 끓는 물에 면을 삶고, 적당히 면이 익으면 면을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따로 남은 면수는 스프를 넣고 적당히 넣어서 비비기 시작하면 담백한 짜장라면이 된다. 거기에 아까 준비한 고추와 메추리 알을 올리면 그럴듯한 한 끼 식사가 완성이다.


면을 마시듯 먹으면서 어쩐지 일요일에 뿌듯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단순하게 배고파서 라면을 먹은 것뿐인데, 일요일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의 주말의 묘한 식단이다. 짜장면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도 아닌데, 그 맛이 따라오지 못하는 건 무슨 비법일까. 거칠지만 중독성 있는 끌림이 있기에 과감하게 일요일 식단으로 짜장라면. 후식으로 먹은 캔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시면서 다음에는 좀 덜 느끼하게 고춧가루를 뿌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밀덕후 독거남의 주말을 나름 만족스럽게 보냈다. 아무리 고민이 많은 외로운 독거남이라도 일요일은 나도 요리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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