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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Feb 15. 2022

생일에 눈이 오면

아름다운 눈이 왜 이리 차가운지

  눈이 왔다.

  2월의 중간 즈음 내리는 눈이 매섭게 부는 바람과 함께 시리게 내린다. 그런 눈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다 빵과 우유를 사들고 방에 들어왔다. 내일은 뭐라고 먹어야 늘어난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두어 시간 전에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밥다운 밥을 먹었다. 그렇게 손에 꼽을 정도의 식사로 난 그 사이에 4kg이 빠졌지만, 식욕도 수면도 그 자리 상태이다.


  오전에는 출근을 하지 못 했다. 그냥 출근하다 다시 돌아오며 비루한 나 자신을 체감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내 상태.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방에 눕다가 앉다가 옆드렸다가를 반복하다. 간혹 오는 문자 소리에 깜짝 놀란다.

  올해도 잊지 않고 생일 축하 문자를 주는 사르망 안경점과 각종 의류 매장.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연락이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내 생일이다. 태어났기에 이제 40살이 되었다는 축하를 받고 있지만, 나는 반갑지 않다. 그런 면에서 40세 생일은 최악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밝은 사람이 좋다. 그저 우울한 사람은 보기가 싫다. 아마도 빚은 나눌 수 있지만, 어둠은 전염되기 때문 아닐지? 그냥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둘러본다. 연민과 무관심과 아니면 경멸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안다. 내리는 눈은 아름답지만, 기온에 따라 시린 것처럼. 타인의 말과 시선에 민감해졌다. 너무나 당연한 상사의 말에 더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끼면서 정당한 표현을 곱씹게 된다. 내가 상대했던 민원인들도 아픈 사람이 많았을 건데, 과연 그들에게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못했던 사람은 그냥 오늘이 내 생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싶다.


  오늘은 잠을 청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봐야겠다. 꿈에서라도 조금은 당당한 나를 느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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