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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06. 2022

조금은 나를 냉정하게 돌아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면서 돌아보다

  요즘 뉴스는 딱 두 가지 소식이 뜨겁다. 하나는 대통령 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다. 솔직히 나는 대통령 선거에는 관심 없다. 지지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 것을 떠나서 국민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고, 그 후에 결과를 따르고,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게 5일에 가까운 사전 투표소에서 그 긴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정치는 잊었다.     


  오히려 난 저번 달부터 줄기차게 나오던 전쟁 소식에 관심이 갔다. 사실 처음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렸다. 게다가 상대는 대국 러시아이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비유가 적절할 만큼 상대가 되지 않을뿐더러, 아무도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침공 소식 하루 이틀이면 수도는 함락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전황은 일주일을 넘기고, 정치와 세상에 무관심했던 내 시선을 끌었다. 아마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그랬고, 끝까지 항전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작은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정치적 지도자를 떠나서 인간 젠렌스키가 멋졌다. 살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인데, 왜 저 사람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처럼 도망치지 않았을까? ‘영웅’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칭하지 않더라도 ‘멋지다’는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무모할지 모를 행동이 무관심하던 세상에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너라면 과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듯 세상은 우크라이나에 응원했다. 마치 영화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 상황을 바라봤다. 현재의 나를 대입하면서 말이다. 현재 나의 상황은 모든 것을 정지시킨 상태이다.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관계, 직장, 하물며 미래도 발걸음을 멈췄다. 오히려 남들은 걸어가기에 점점 뒤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잘 난 것 없는 마흔 독거남이 돈도 없고, 부모의 지원은 말할 것도 없이 오히려 그 부모를 신경 써야 할 상황임에도 ‘그만!’을 외친 것이다. 

  게다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면서 주변 동료나 지인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줬을지. 떠올리기도 버겁다. 보름이 지난 상황에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잠 속에서 이따금 꾸는 꿈에서 그것들이 무겁게 다가왔다. 

  그런 상황에서 뉴스로 접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가?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난 내 자리와 본분을 지켰던가? 돌이켜보면 최선을 다했던 시절도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가난한 집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위해서 새벽에 이러나 밤늦게 들어가기를 몇 년을 해봤고,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사회복지 자격증을 따고,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 주변에 지인들이 도움을 주었고, 나이 마흔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 꼴이다. 

  모든 일에 열심히 살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타인이 말하는 배부른 객기일까.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모든 행동이 버겁고, 귀찮고, 두렵다. 능력 이상의 것을 얻어서 자포자기한 것도 같다. 아니면 항상 고민한 것처럼 이 일이 나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임에도 ‘그만’을 외친 것이다. 그럼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은 신기하게 머리가 쥐가 나게 아프지만, 머리는 차갑다. 그래서 냉정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알고 있지 않던가? 힘을 내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유튜버가 말한 것처럼 ‘국제정치는 야생’이다. 그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나의 응원이 그다지 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아무리 버겁다 해도 내가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해도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으며, 결국 내 선택으로 주변은 물론 자신도 후회할지 모른다는 것.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 않던가.    

  

  돌아보면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도와달라는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생각도 많은 나는 그 아픔을 알기에 고민하고 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렇게 도와준 사람 중에서 손을 잡고 일어선 사람이 얼마나 되었던가. 그것도 이미 알았지만, 또 그중에 과거의 나도 있었기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난 지금 러시아의 기름 없어서 멈춰 선 탱크처럼 덩그러니 서 있다.      


  난 사실 부끄럽다. 자리를 지킨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보면서 도망친 나 자신이 말이다. 또 무척 혼란스럽다. 지나온 인생에서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과 마음이 지친, 이 상황이 말이다. 그리고 뻔하지만, 그 과정이 어찌 될지 궁금한 우크라이나와 내 상황이 말이다. 


  물론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나보다도 침략에 큰 고통받는 그 나라의 국민도 행복하고 나도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은 꿈꾸어도 되지 않을지.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조금 따뜻한 결말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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