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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20. 2022

후후후

한숨 한 번에 커피 한잔 상관없잖아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내가 너무 격조한 탓인지? 분발하라는 격려와 기대를 담은 좋은 내용이다. 나를 잊지 않았다는 좋은 의미로 들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에는 맞지 않는 일종의 경고이다. 


  ‘당신 너무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널 잊을지도 몰라.’     
  ‘후~’

  일단 뼈를 때리는 일침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차분하게 들러서 글을 읽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타인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타인의 생각은 참 귀중한 이야기니까. 공감은 꼭 눌러주고, 더 마음에 남는 생각은 댓글로 표현한다. 물론 댓글을 열어두는 것이 항상 기분 좋은 내용만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아마도 신경을 쓰더라도 상대에겐 내 마음이 전달되긴 힘들고, 그만큼 내 글이 와닿지 않은 것뿐이니까. 타인과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는 내 처지에서는 그것도 감사하다.     


  이런 내 상황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지도 오늘로 한 달이 되어간다. 아무 미련 없이 뛰쳐나온 것 치고는 그야말로 폐인 상태다. 그랬기에 보름 동안 글도 쓰지 못했으니, 컴퓨터 앞에 있는 것도 드문 일이 되었다. 병원과 집을 오가면서 독서도 했지만, 주로 브런치 글을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밀렸던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이것도 내일이면 끝나지 싶다. 이른바 강제 종료랄까? 그래서 지난 시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몇 사람과 대화를 한 것 빼고는 입도 키보드도 움직이지 않았던 나에게 자극을 위해서 브런치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난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자주 내뱉는다. 그것도 큰 소리로 말이다. 그래서 자주 옆에 직원이나 절친이나 연인이었던 사람들은 자주 지적했다. 무슨 근심 걱정이 그리도 많으냐고 말이다. 곤란한 상황이나 일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쉬는 바람이 소리를 타고 내 옆 사람이 나를 바라보게 했다. 가끔은 자신감이 없는 형태로 나오기도 했고, 잔뜩 짜증이 묻어나는 모습, 아니면 분노의 한숨이기도 했다. 그럴 땐 묘하게 옆에 있는 사람은 커피를 권했다. 그것도 아주 달달한 커피 믹스로 말이다.

  입사 때는 탕비실에 커피가 믹스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열 잔은 마신 것 같고,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설탕 커피나 카누 같은 커피가 대세였다. 그러다 이제는 보통의 사무실에 원두커피를 마실 공간이 점점 늘어나서 커피 믹스를 마시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마트에서 커피 믹스를 조금 사봤다. 에이스라는 과자에 살짝 찍어 먹는 과자 맛이 너무나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그 맛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후~~’


  무심코 내일이 걱정되어서 어젯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약도 잘 챙겨 먹었고, 일찍 자려고 잠자리도 잘 챙겨서 누웠는데도 말이다. 사실 나 같은 계획 주의자는 주변 환경에 특히나 변수에 민감하고 약하다. 그래서 이런 버릇이 생겨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 나를 찾는다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인제 와서 걱정을 품고 산다고 뭐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래서 오늘은 한숨 한 번에 달달한 커피 믹스를 마신다. 더불어 에이스 몇 조각을 찍어 본다. 그냥 이렇게 기분 전환하면 될 것을 너무 날 몰아세운 것은 아닐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습관이 나왔다.

  ‘후~~~’

  아마도 아직은 달달한 커피가 더 필요한 시간 같다. 스스로에게 주는 커피 믹스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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