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춘노 Jun 08. 2022

전통 시장 수제비로 가끔 추억을 삼킨다

송해 선생님을 추모하며

  은행 대기 번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보다 긴 시간을 은행에서 소비한 탓에 집에서 점심을 먹기 어렵게 되자. 뜻하지 않은 외식을 하게 되었다. 전에도 종종 말을 해왔지만, 나는 밀가루 중독자다. 그중에서도 좀처럼 먹기 힘든 수제비는 차를 타고 먼 곳을 찾아가서라도 먹기에, 다들 혼자 식사하러 간다고 하면 수제비를 먹으러 간다고 알 정도이다. 

  그런 내가 종종 찾아가는 수제비 식당이 있다. 바로 전통 시장에 마련된 이름은 ‘**분식’인데, 파는 메뉴는 칼국수, 수제비, 단팥 칼국수, 국수뿐인 그야말로 시장 구석에 조그마한 식당이다. 운영시간도 나이가 좀 있으신 사장님 형편으로 10시 반에서 14시만 영업한다. 그래도 가격과 푸짐한 양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만석이다. 주로 어르신들이 간단하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이기에 나 같은 젊은 사람은 좀 가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모처럼 근처에 마감 시간도 아니기에 식당에 들어가서 수제비 한 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어르신들 대화가 어느 한 특정 인물로 하나가 되었다. 식당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오늘 송해 선생님이 별세하셨다. 어르신들은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저번에 봤던 영상이 생전 마지막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시고, 연세가 어찌 되는지 따지며 새삼 95세라는 고령에도 현역으로 활동한 고인이 대단하다며 추모했다.      

  사실 우리 세대도 ‘전국 노래자랑’은 알고 있고, 어른들의 채널 독점권에 두어 번은 봤을 법한 프로이다. 지금도 종종 아버지가 챙겨 보시고, 재방송을 보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 노래자랑은 누가 하게 될까?’

  생각해보니 송해 선생님 말고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국 노래자랑’이 송해 선생님이었고, 송해 선생님 하면 ‘전국 노래자랑’이었다. 한동안 실망하실 아버지 얼굴을 생각하니 그분의 죽음이 더 가슴속에 와닿았다. 

  우리 가족도 ‘전국 노래자랑’에 추억이 있다. 춘향제가 열릴 때쯤에는 고향에서도 노래자랑이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해, 녹화 중에 열심히 구경하시던 할머니가 카메라에 2~3초 비춘 적이 있었는데, 그 방송을 보고 전국에 있던 친척들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니 30년 전 일이다. 볼거리도 없는 시골에서 이보다 더 멋진 무대가 어디 있었겠는가. 그렇기에 고령에 할머니는 최고의 잔치인 듯 뜨거운 햇볕에도 몇 시간을 앉아 구경하셨던 기억이 있다. 


  수제비가 나오고, 딱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났다. 손자가 먹을 거다. 그래서 반죽은 오래 하고, 최대한 쭉 늘려 넣은 수제비는 감자와 고추랑 파만 좀 들어가면 진수성찬이었다. 생각해보니 추억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릇을 싹싹 비우고, 5,000원을 사장님께 드리고 식당을 나왔다. 그 순간에도 어르신들은 송해 선생님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TV에 나오는 특정인들에게 몇 가지 바람이 있었다. 하나는 <무한 도전>이 오래 하길 바랐고, 또 손석희 사장이 정계에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고, 마지막으로 ‘전국 노래자랑’을 송해 선생님이 100세를 넘기도록 진행하는 거였다.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대했다. 

  아마도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만나 뵈었던 어르신들이 그런 마음을 갖게 했을지 모른다. 90세가 가까워져 오는 노인정 회장님들의 정정한 모습과 꼼꼼하게 보조금 장부를 정리하시는 총기에 감탄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90세를 넘기는 최장수 국민 MC의 모습은 그런 기대를 품게 하기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또 그것은 나만의 바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송해 선생님을 추모하며, 돌아가신 할머니도 떠올리고, 아쉬운 마음에 몇 자 적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 벌어서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