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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04. 2022

돈 벌어서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지.

친구 만나면 뭐하세요.

  고기가 먹고 싶다. 특히나 소고기. 

  숯불에 불판 올려두고, 두툼한 꽃등심이 그 위에 있으면 좋겠다. 아무리 고기가 두툼해도, 속은 아직 붉은빛이 돌아도, 소고기라면 문제없다. 그리고 지역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배즙 가득한 붉은 육회에 독한 술을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것이다.


  ‘그럼 사 먹으면 되지?’     


  솔직히 혼자 고깃집 가기는 어렵다. 아무리 혼자 먹는 것이 편한 독거남도 그럴 배짱은 없다. 메뉴에 2인 이상이라는 혼밥 금지 명령서가 있는 경우도 많지만, 소고기 굽기는 시선도 가격도 무리다. 내 온전한 돈으로 간편한 짜장면이나 짬뽕이면 그만이지 싶다. 아니면 차돌 짬뽕을 먹어도 되는데, 그것도 사치스럽다. 

  허리띠 풀어놓고, 소고기 먹은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한 2년 반 정도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간은 절친한 친구들과 모임을 하지 못한 기간과 같다. 그렇게 고기가 마려운 나는 옛 사진을 보면서 침을 꼴깍 넘겼다.      

  고향 친구. 특히나 고등학교 동창이 같은 의경을 나왔다. 졸업하고 그냥 흩어지던 친구가 아니라 군대에서도 인연이 있던 끊김 없는 우정. 그런 3명이 돈을 모아서 1년에 서너 번 모여서 맛나게 소고기를 먹었다. 그것도 온종일 먹고 마시고 노느라고 모은 돈이다. 

  서로의 거리에서 가장 가운데인 천안에서 개인 술이 반입되는 고깃집. 그곳이 우리 단골이었다. 제주도를 다녀오며 사둔 양주 한 병과 소고기면 낮술로는 참 호사스러운 잔칫상 아닌가.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피시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다. 컴퓨터보다도 못하는 게임 실력으로 한두 시간 보내면, 저녁은 얼큰한 해물탕에 소주 두어 병 마시고 헤어졌다.      


  이런 비슷한 일정으로 2014년부터 우리는 모임에서는 꼭 소고기를 먹었다. 아마도 내가 취업을 시작하고, 천안에 사는 친구가 결혼하면서 정해진 암묵적 규칙이었다. 그렇기에 매달 몇만 원씩 회비를 모아 왔다. 정말 먹는 데는 진심인 아재들이었다. 또 그것이 아깝지 않던 인연이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항상 그리 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수능 100일을 남기고, 라면에 참치를 넣은 안주에 맥주 한 잔 마신 것을 시작으로 내가 제대하는 날은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질긴 고기를 우걱우걱 먹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이 헛돌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취업을 하면서 셋은 먹는 것만큼은 아끼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걸 막아 세웠다. 너무 많이 쌓인 모임 통장의 돈은 작년에 몇십만 원을 나누고도 소고기 파티 몇 번을 해도 남을 돈이 있었다. 나는 단순히 햇반에 고추 참치에 김만 먹어도 상관없고, 딱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필요 없다는 독거남. 아마 두 친구도 비슷한 성격일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진심이던 남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먹는 것에 진심이 되었다.


  ‘배가 고프다. 허기진 마음일지. 소고기가 먹고 싶다.’ 


  소고기가 먹고 싶은 만큼 그 녀석들이 보고 싶다. 돈도 있고, 좋은 술도 사놓은 마당에 2년 넘게 모이지 못했다. 사는 것이 힘들고, 내 뜻을 벗어나는 변수가 많다지만, 돈 벌어서 뭐하겠냐는 질문에 난 소고기 먹으려고 벌었다고 웃으며 말하고 싶다. 그리고 1,000일이 되기 전에는 녀석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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