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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02. 2022

어버이날은 부모님도 외식이 좋으시데

곡성 참게 메기매운탕

  섬진강을 바라보며 먹는 참게 메기매운탕은 어른과 먹어야  맛나다. 개인적으로 친구들과는 참게 수제비를 먹더라도 매운탕은 역시나 부모님과 함께 해야 더 풍성하다. 물론 어른과 먹어야 제맛인 음식이란 게 딱히 있지는 않겠지만, 어쩐지 어버이날이 되면 찾게 되는 음식점이 곡성의 어느 참게탕 집이다.


   전남 곡성과 구례 강변에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풍경과 식당이 즐비하다. 맛을 떠나서 일단 부모님과 함께 드라이브를 할 곳이라면 제일 가깝기도 하고, 한적한 곳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거기에 전라도 특유의 풍성한 밑반찬과 칼칼한 청량고추가 들어간 부추전은 식사 전에 식욕을 더 불러일으키는 맛 출발점이다.


  오픈 시간이라는 11시에 왔지만 식당은 어르신들과 자녀들로 금방 테이블이 만석이 되었다. 아마 코로나도 효도는 멈출 수 없을 테니까.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할 법한 대화들로 음식 먹는 식기 소리가 묻힌다.

  어느 가족은 자녀가 아직 다 오지 않았고, 다른 가족은 메뉴 선정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또 어느 가족은 주문하고 나오는 사이에 아무 말 없이 반찬만 먹었다.


  나도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기에 반찬 대충 먹고는 밖에 풍경을 바라봤다. 외출을 하는 것도 즐거워하시는 두 분께 어버이날이나 모시고 온 식당에서도 대화가 도중에 뚝뚝 끊어진다. 왜 이렇게 아들은 부모님께 무뚝뚝해질까. 간의 어색함이 풀릴 쯤에 음식이 나왔다.

  그리고 뚝배기에 펄펄 끓는 매운탕을 허겁지겁 국물과 건더기를 떠먹기 시작해서야 20년 전에 부모님 모습이 떠올랐다.

  

  군대를 입대할 무렵이었던가? 아니면 휴가를 나왔을 때인가? 이런 매운탕이 나왔을 때, 가족 모두 소주잔에 술을 담아 짠하고 마시던 시절이 떠올랐다. 몸 고생할 아들을 위해서 맛난 음식을 사주시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나에게 한 잔 술을 따라주시던 부모님.

  그런데 지금은 나는 차를 운전하니 못 마시고, 두 분은 건강 문제로 술을 끊으셨다. 그렇게 밥만 먹고 다른 가족들에게 테이블을 넘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금은 허전한 점심이었다. 이유가 무엇일지.

  그건 아마도 시간이 더 흘러서 가볍게 술 한잔을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고, 식사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것이 서러울 순간이 올까 봐. 덜컥 겁이 나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조금 드시고도 배부르시다는 두 분께 다음에는 열무국수를 먹자고 말해다. 어쩐지 아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말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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