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노총각의 사랑 이야기
“못생겼어?”
여자의 손바닥이 남자의 얼굴에서 눈을 가리고 말했다.
“괜찮은데?”
이 행동은 외모가 별로라는 뜻일까? 솔직히 주변에서 나와 연애는 보통 연관 지어서 말하지 않았다. 투박하며 마니아 같은 외모도 그렇지만, 딱딱한 생활의 습관에서 보인 그 틈이 여자가 싫어할 것이 분명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부분 나에 대한 연애 결론은 ‘모솔’이다.
그런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준 여자는 대학 시절에 만났던 여자 친구가 진지하게 해 줬던 대답이었다. 거짓말은 하기 싫고, 눈만 가리면 봐줄 만하다는 투로 놀렸던 그 대답에 난 웃기만 했다. 더불어 안경을 꼭 쓰고 다니라는 말에 공부하면서는 두꺼운 뿔테를 썼던 것도 그녀의 조언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다 그런 십수 년도 지난 추억이 떠올랐는지?
이유라면 남산타워였다.
나는 서울살이를 참 오래 해왔지만, 입사 전에 경복궁 관람을 부랴부랴 하고 내려간 30대를 지나고, 마흔이 되어서야 처음 남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까웠고, 오르기도 쉬웠다. 인상적이고 미술적 감각이 뛰어난 건물과 거리를 지나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방 다다른 정상 근처에서 말로만 듣던 사랑의 전설을 맞이했다.
빼곡하게 달린 자물쇠. 계단과 의자와 자물쇠에 또 이어 달린 풍경에서 사람이 사랑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의 언약을 맹세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세월이 지나서 남산은 대표적인 사랑의 명소가 되었다.
각자의 이름과 하트를 그려 넣고,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은 자물쇠의 열쇠를 버렸을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랑은 이후도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보다. 야외에서 비와 눈을 맞아가며, 함께 녹슬어가는 자물쇠. 이보다 로맨틱한 이벤트가 또 있을까?
그런데 이런 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년 뉴스에서 남산의 사랑의 자물쇠 관련 보도를 봤다. 2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와 깔끔한 정리를 위해서 미국에서 날아와 자물쇠를 절단한 여성을 소개했는데, 그걸 보고 기이한 행동과 개인적 사랑의 시기심에 피식 웃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은 영원할까?’
그들의 사랑의 언약이 잠긴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마흔 먹은 노총각이 질문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것 같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영원한 사랑을 만들지 못하게 했던 것은 나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기에, 또한 영원한 사랑도 있을 수 있지 않나 반문도 해본다.
저 많은 사랑의 자물쇠 중에는 지금도 사귀고 결혼해서 이어가는 사랑도, 녹슬어진 자물쇠처럼 잊힌 사랑도 있지만, 난 그 시절에 이곳에 와서 저런 맹세도 하지 못했다. 참 어리석게도 이기적인 남자였고, 여자 마음은 1도 모르는 멍충이였다.
그래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 후로 계속 혼자도 아니었지만, 일부러 혼자로 사는 게 편하다며 결혼만 하지 않는 건 나만의 여러 이유가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불쌍하지는 않다. 어차피 그 또한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다만 남산타워에 올라서 내려다보니 왜 그때는 저런 여유를 못 느꼈는지? 아쉽기도 하고, 과거에 이기적이어서 슬펐을 누군가에게 미안했고,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부럽게 그 자물쇠들을 응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