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 미로공원에 가면

고양이 츄르 좀 챙겨가세요

by 이춘노
제주 김녕 미로공원

‘딱! 고양이가 많이 있다고 해서 갔다.’


처음에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그러한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고양이가 많다고 하면 어디든 못 가보겠는가. 기왕 온 제주도인데 말이다.

제주도 동북쪽 사이에 있는 김녕 미로공원 주변은 굵직한 관광지가 적은 곳이다. 숙소도 그렇지만, 검색을 해봐도 유명한 것은 동서남북에 다 뺏긴 느낌이랄까? 찾아보면 좋은 곳이 많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쉽게 놓치고 가기 쉬운 지역 같다.

그냥 제주도에서 고양이가 보고 싶었다.

나름의 로망이 있다면, 고양이 섬에 가보는 것이다. 면사무소에 고양이들도 열 마리가 넘으면서 좀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고양이가 있다는 것은 냥집사들의 천국 아닐지.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찾았다.

미로의 사전적 의미는 ‘어지럽게 갈래가 져서,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운 길’이다. 왜 사람들은 이러한 미로를 만들고, 기어코 들어가려는 것일까? 한때 유행하던 ‘방탈출’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것의 연장일지. 미로를 좋아하는 그것보다는 그것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는데, 막상 빠져나오지 못하는 공포가 더 큰 사람에게는 매력이 없는 콘텐츠 같았다.

주차하는 동안에도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입장권을 결제하고, 사람들이 오면 삼삼오오 모여드는 아이들은 뭔가 내놓으라는 시늉을 했다. 직원 말이 여기서 주는 사료는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많이 줘서 흥미가 떨어진 사료를 쥐고 있는 사람에게는 녀석들은 가볍게 무시했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집사가 제주를 가면 김녕 미로공원에 가보길 추천한다. 아니다. 딱히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있다면, 연인이 함께 사진을 찍을 곳이 필요하다면 모든 게 적당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사진을 찍기 쉬운 포토존도 미로 안에서 길을 막는 고양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이 공원이다.


내심 츄르를 챙겨 올 것을 조금 후회했다. 무관심하게 자기 털 관리하는 고양이들에게 집중 관심을 받고 싶지만, 시크하게 식빵을 굽는 녀석들은 편안한 자리에서 귀차니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결국 미로를 통과하지 못했다. 쑥스럽지만, 이리저리 허탕만 치다가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벤치에 앉아서 고양이들과 눈인사했다. 미로는 통과 못 했지만, 고양이들은 마음껏 보고 왔으니 되었다.

돌아가며 아까 생각한 미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미로 탈출에 집착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인생도 미로와 같아서 갈림길마다 선택하는 것도 같고, 나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건 그곳에 나와서 종을 치고 나오면, 성취감이 있겠지. 나는 아마도 인생을 조금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던 같다. 어감상 미로라면 그래도 빠져나올 법한 느낌인데, 나는 같은 의미지만 인생을 미궁(迷宮)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지? 혹시나 다음에 가보면 한 번 진지하게 도전해봐야겠다. 어차피 미로나 미궁이나 길이 있는 건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