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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ug 20. 2022

로또 5만 원, 두 개나 당첨되었다

우리가 로또를 사야 하는 이유

  서울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로또를 사면서 나에게 선물로 준 로또. 지갑에 껴놓고 잊고 살다가 조회를 해보니, 5만 원이 당첨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머지 사놓고 검색하지 않은 로또를 다 꺼내서 맞춰보니 또 5만 원 하나가 나왔다.


  합해서 10만 원. 그런데 난 기쁘지 않았다.      


  기쁘기보다는 아까웠다. 2개의 번호가 더 맞았다면, 1등이 되어서 수십억이 생겼을지 모른다. 아니다, 하나가 더 맞거나 운이 좋아 2등이 되었다면 목돈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1등과 2등이 아니면 모든 로또가 꽝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좀 더 좋게 말해서 경품 추천에 ‘한 번 더’ 기회 정도였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금 그 돈으로 로또를 사고, 꽝이 되는 순환에 빠지는 마약 같은 로또.

  상상이 나쁘지는 않으나, 꿈꾸었다. 로또가 되면 무엇을 할지. 20대부터 쭉 사 온 로또가 되면 친구와 술자리에서 진지하게 여러 상상의 돈을 용도에 맞게 구분해 놓았다. 별로 의미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만큼 행복한 상상도 없었기에 안주 삼아서 즐겨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는 무조건 일을 그만두고는 도시의 어느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독서와 글만 쓰거나, 시골 한적한 곳에서 집을 짓고는 산책과 글과 독서만 하는 삶을 꿈꾸었다. 한마디로 일 안 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은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로또를 샀다. 그러나 그건 꿈이다. 너무 잔인한 상상이다. 이루어지지도 않을 상상에 너무 큰 희망을 품는 것은 확실히 중독이다….

  그러나 팍팍한 삶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한 주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 정도 중독은 삶의 가벼운 투정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까지 끊어서 나에게 무슨 낙이 있다고 하겠는가.    


  다만 내 인생 최대의 로또 금액 10만 원을 손에 쥐고는 막상 뭘 할지 고민하다가 다시 로또를 샀다. 그리고 나머지 95,000원. 그 돈으로 영화 한 편과 싱글 콤보에 썼다. 또 나오는 길에 교보문고에서 읽고 싶던 책 2권과 필기감이 좋던 펜 10자루를 사고도 2만 원이 조금 넘게 남았다. 손에 쥐고 있는 2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모처럼 행복감을 주었다. 꿈같은 10억 원보다도 내 손에 쥔 10만 원이 참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것 같았다. 그걸 모르고 처음에는 기쁘지 않다고 했다니, 내심 살짝 부끄러웠다. 이것도 나에게는 행운 같은 선물인데 말이다.      

  그래도 나머지 돈은 나중에 만나서 로또 이야기 안주 삼아서 소주를 마실 친구를 위해서 써야겠다. 그 정도는 친구한테도 지분이 있으니 남겨둬야 사람의 도리가 아닐지? 어쩌면 친구한테 갔을 소소한 행복이 나한테 왔으니, 술 한잔은 사줘야 진짜 친구 아닐까? 아마도 그렇기에 친구도 나에게 로또를 선물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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