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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ug 19. 2022

내가 태어난 1983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영화 <헌트>를 보았다

  영화의 시작은 화려했다.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는 좋아할 만한 묵직한 총성으로 시작하니까 말이다. 딱 여기까지가 스포일러다. 나는 영화 평론가도 아니며, 기껏 흥행을 달리는 작품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만이 느낀 감정만 솔직히 리뷰하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영화의 배경은 우리가 아는 '5 공화국' 시절의 한 복판에 안기부(현재의 국정원)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이다. 이정재가 나오고, 정우성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슈기도 하지만, 감독은 이정재라는 점이 더 부각이 되었다. 인기 배우가 영화를 만들었다는데, 안 볼 수 없어서 영화관을 찾았다. 물론 카라멜 팝콘을 먹기 위한 이유도 덤으로 있었다. 

  일단 연기는 보장한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캐스팅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한마디로 대단하다. 스토리도 탄탄하다. 일단 영화 관람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반은 먹고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액션도 화려하다. 단순한 총격전이라는 것이 탄창 하나로 무한 발사되는 총이 아니라는 점에서 밀리터리 마니아 측면에서도 점수가 가산점을 줄 것 같다. 그렇게 영화를 보았다. 정말 잘 보고 나왔다.      


  그런데 의문 하나가 다 먹은 팝콘과 콜라를 버리면서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태어난 1983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영화는 1983년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1983년은 내 태어난 해이다. 고증을 어느 정도 거쳤겠지만, 당시에 생활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40년 전에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어색했다. 투박한 벽돌 모양 핸드폰의 외형도 그렇지만,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대도 낯설다.

  권력을 위해서 본인의 직분을 망각하고, 정권을 탈취한 군인. 그 밑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음모를 만들어내는 조직.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공작 행위, 정의를 외치는 청년들의 내부 다툼까지. 참 시대를 어둡게도 잘 그렸다. 

  아마 실제로 어두웠을 것이다. 경제의 새로운 황금기로 불리던 1980년대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와 정의의 암흑기였다. 영화는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뭔가(?)를 제거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제거라는 측면에서 승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과연 무엇을 제거해야 문제가 사라질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사실은 영화에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엑스트라 역도 실제로는 신념이 있었을 것이다. 그 시대에 살았으니까. 살아가는 사람이 갖는 시대적 사명의식도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러한 각자의 신념 속에서 진심으로 타인을 위한 그 무엇이 있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국가를 위해서 권력을 잡았는가? 북쪽의 비상식적인 통일 전략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몰랐던가?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동료들이나 일반인들은 얼마나 생각했을까? 게다가 시대의 한탄을 하면서 술 마시면서 격한 마음에 싸움하는 모습에서 과연 정의가 있던가. 아무리 명분이라지만, 너무 뻔한 속마음이 보이는 행동에 우리는 대부분 숨죽여 비난했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태어난 1983년은 아무 생각 없이 울기만 하던 내가 제일 마음이 편했겠다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나도 그 시대에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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