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나에게 필요한 건

임춘성 작가의 <역량>을 읽고

by 이춘노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500페이지가 넘는 하드 커버의 책을 말이다. 나는 서울 여행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책을 펼쳤다. 가방의 무게를 알면서도 가지고 다닌 이유는 이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이 통해서다.


몸이 약해지면, 기운 나는 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그건 마음이나 상황에서도 부족함을 느끼면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법이다. 나는 멋진 커버나 두껍다는 외관을 폼으로 들고 다닌 것이 아니라 꽤 정독해서 읽었다.

사실은 그 정도 집중이 아니면 안 되는 것도 맞지만, 임춘성 교수의 서술이 축지법처럼 책을 넘기게 하는 필력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읽어갔던 책을 다 덮어 놓고는 제목과 목차에서 중요한 정의를 습작 노트에 차분하게 적어 내려갔다. 솔직히 이 정도 정성을 들여가며 독서를 한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작가는 세상을 쫓아가는 역량(분류, 지향, 취사)과 세상과 함께하는 역량(한정, 표현, 수용), 세상을 앞서가는 역량(매개, 규정, 전환)으로 나눠서 각자의 개념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개념으로 말이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라 - 분류

해야 할 일을 하라 - 지향

일의 순서를 정할 때는 최대한 냉정하라 - 취사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자신을 알게 된다 - 한정

무미하게 쓰고 건조하게 말하라 -표현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이다 - 수용

사이로 들어가라 - 매개

룰을 정하는 자가 되라 - 규정

나는 여러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전환


책 목차를 간략하게 쭉 나열해 보았다. 너무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일까? 너무나 당연한 것을 나열한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그렇다면 그 하나 마나 한 이야기에 그러한 행동을 했던 기억은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A4용지에 반을 갈라서 한 장에는 왼쪽에는 나의 장점을 20가지 적고, 오른쪽에는 내가 지금 하는 것 20가지를 적고는 다른 한 장에 다시 반을 갈라서 왼쪽에는 내가 행복할 때를 20개를 적고, 오른쪽에는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20가지를 적는 것이었다. 작가의 충고처럼 바로바로 생각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쉽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무리 나라고 하지만, 정말 나를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물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러한 나의 한계를 알기 위한 작업은 아니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한계가 명확할수록 정체성은 뚜렷하다”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아직은 혼란스러운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참고로 앞선 20개씩 쓰는 모든 내용에는 브런치가 있었다. 다시금 나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준 이 책을 내 글동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었다. 과연 여러분은 그 A4용지에 무엇을 적을 수 있을지? 내심 궁금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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