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 달빛을 비추다

추석 남원 광한루의 야경

by 이춘노
광한루원의 야경

모처럼 운동하기 위해서 요천변을 걸었다. 평소에는 왕복으로 10km 거리를 2시간 정도 걷는다. 이것이 나의 유일한 운동이고 마음의 치료법이다. 그래도 추석에 걷는 이유는 둥그스런 달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런 마음은 다들 비슷했던 것 같다. 가족과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하늘을 보며 걷고 있었다.


요즘 산책의 묘미는 선선해진 날씨를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해가 질 무렵에 짙게 깔리는 어둠과 살랑거리는 바람과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저녁 시간은 완전한 초가을 날씨다. 그렇게 내가 걷기 시작한 무렵에는 해가 지고 있었고, 다시금 돌아가기 위해서 반환점을 찍고 가다 보니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졌다.


그런데 이쯤 되면 나타나야 할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물론 과거에는 소원을 빌기 위해서 목이 빠지게 기다렸을 보름달이지만, 고향에 오고는 오히려 추석 밤하늘을 볼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했고, 밤늦은 외출은 귀찮기만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변덕인지, 밤 산책을 나왔다. 모처럼 나왔지만 달도 보이지 않아서 시무룩할 무렵에 그게 보였다.


'광한루원에 달이 떴다'


광한루 입구 사이로 달이 비쳤다. 커다란 달 조형물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끔 지나면서 보긴 했지만, 달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 대신에 명절이라 무료입장인 그곳을 들어갔다.

나에게 광한루는 별다른 것 없는 고향의 명승지이다. 혼자서도 여럿이도 매번 지나듯 머물렀던 장소였다. <춘향전>으로 유명해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지만, 난 이미 익숙해서 감흥이 떨어졌었다. 이몽룡과 성춘향, 방자, 향단이, 월매라는 이름만으로 귀에 익숙한 공간들. 정말 커다란 잉어 밥을 주는 재미도 있는 곳. 한복도 입고 사진도 찍었던 유명한 고향 여행지. 단순히 그뿐이었는데, 그 사이에 많은 것이 설치되고 새롭게 단장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빛이다. 요즘의 내 고향에 요천에도 야경을 위한 풍경도 그렇고, 광한루 돌담길도 그 느낌을 더 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을 보자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록 실제 달은 못 보았지만, 더 아름다운 달을 마주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또 소박하게나마 소원도 빌어봤다. '대충 로또 1등의 소원만 아니라면, 이뤄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당연하지만 중요한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갔다. 달님이 뿜어준 차분한 빛을 받으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말 : 다음날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지나다 다시 보니 역시 낮도 좋지만, 밤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지나다 소원을 빌어보고, 사진을 찍어 보시길 추천한다.

다음날 광한루원
낮에 본 광한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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