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을 위한 준비물

누구든지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by 이춘노

“병원에 입원했어요.”


간단하게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병실 침대에 누웠다. 35살에 생애 처음으로 고열과 발진 때문에 입원했다. 병실에 들어오기까지 오전 8시쯤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2시간도 안 걸렸다. 차 트렁크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 올라와서 내 자리 침상 정리를 했다. 그런데 중간에 전염성이 의심되는 수두라는 병명이 나오면서는 5인실에서 호사스럽게 1인실로 자리를 옮기느라 다시 짐을 쌌다. 핸드폰 있고, 슬리퍼도 챙겨 왔고, 식사 때 쓸 젓가락 숟가락도 알뜰하게 생겨왔다. 집에 있던 종이컵과 두루마리 휴지와 물티슈. 여벌의 속옷과 수건, 면도기, 비누, 샴푸, 치약, 칫솔까지 아침에 나오면서 닥치는 대로 주워 담았는데, 너무 익숙하게 챙겨 와서 별문제 없이 병실 생활을 시작했다.


입원하면 가장 당황하는 게 밥 먹을 젓가락 숟가락을 챙겨 와야 한다는 것이다.(병원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식사 때 주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 와야 한다는 것을 모른 상태로 처음 입원할 때 모두 겪는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포장 음식에 쓰던 나무젓가락을 첫 끼의 도구로 사용했다. 여유가 생기면 종이컵에 다양한 커피나 차 종류를 챙겨 오는데,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는 나로서는 꼭 챙기는 필수품 중 하나다. 아프다고 먹지 않는 것도 아니고, 안 싸는 것도 아니고,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다. 그곳도 사람 사는 공간이라서 필요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려면 비누가 있어야 하고, 밥을 먹으면 양치질을 해야 했다. 그러면 수건이 필요하고, 수건을 쓰고 그것을 걸어둘 옷걸이가 필요했다. 애초에 신고 온 운동화를 병실에서 신을 수 없으니, 슬리퍼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피부를 관리하려면 기본으로 스킨로션은 발라 줘야 하는데, 그건 깜빡하고 못 챙겼다.

온종일 누워있으려면 핸드폰이 꼭 필요하고, 핸드폰도 밥을 먹어야 하니 충전기 줄이 머리 위 콘센트에 연결한다. 또 음악이라도 듣자면 이어폰도 필수다. 이미 팔에 연결된 링거 줄과 충전기 줄, 이어폰 줄로 복잡해도, 뭐 이 정도는 기본이다.


또 층마다 자판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기호 식품이 있으면 냉장고도 채워야 했다. 다행히 입원실 올라오기 전에 사둔 500mL 생수병으로 침대 근처로 두 병 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었다. 손님이 오면 드실 음료는 병문안이 오면 생기니 놔두고, 내가 먹고 싶은 음료수 서너 개는 독방 신세라서 결국 혼자 먹었다. 그리고 ‘커피’. 이건 꼭 챙겨야 했다. 자판기라고 있어 봐야 믹스 밖에 없다. 아니면 블랙이라고 하는데, 맛이 평소에 먹는 그 맛이 아니다. 역시나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는 아니더라도 식후 커피는 역시 카누다.

심심하지 않으려면 책도 한 권 필수다. 보통은 텔레비전은 공용이다. 그러다 보니 영상은 핸드폰으로 보고, 좀 눈이 피로하면 잤다. 그러다 꼭 뭔가 봐야 한다면 책을 펼쳤다. 아픈 것밖에 못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은 많이 없지만, 그것도 준비한 만큼이다.

추가로 목베개나 안대는 선택사항이다. 노트북도 챙겨 오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는 맞지는 않았다. 너무 줄이 많아져서 침대가 복잡해서였다. 좀 감각이 있었다면 화병도 하나 있었으면 했다. 간혹 꽃을 가지고 방문객이 있는데, 1인실 정도면 병실 안에 꽃을 두면 좀 기분이 전환될 거 같지만, 5인실이면 애초에 무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준비했어도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를 간호해줄 그 누군가가 꼭 필요한데, 정작 내가 입원할 때는 그러지 못했다. 병간호하는 사람이 1명 더 늘어나면 필요한 것도 그 이상으로 늘어나지만, 정말 환자가 필요한 건 사람. 특히나 가족이다.


말했지만, 난 태어나서 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내가 이토록 병원에 익숙하고 필요한 물건을 알고 있는 것도 부모에 대해 병간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경험 때문이다. 나이 38살에 이러한 과정을 알고 있다는 것도 슬프지만,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어찌할지 생각하다 보면 가족 간의 시간이 많이 없다는 조급함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