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이야기

섬진로 14

by 이춘노

직업병일까? 나는 평소에 말이 많다. 나의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 친구라면 무척 놀랄만한 변화이다. 딱히 나이가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서 독후감 발표회 때 덜덜 떨었던 흑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큰 변화이다.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말이 많은 것은 아니다. 유독 말이 길어지는 날이 있기는 하다. 아미도 이날 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점퍼가 아닌 정장을 입었다. 이른바 행사용 복장이다. 보고를 위해서 시장실을 들어갈 때나, 각종 행사에만 입는 옷을 입는 날에는 말이 많아진다. 별다른 원고도 없이 즉흥적으로 30분. 아니다. 한 시간은 마이크를 잡고 떠들 수 있다. 그게 8년 이상 일한 복지 공무원이라면 대부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고, 이날은 노인 일자리 간담회이다. 보통은 1월에 시작하고, 모두 모여서 안전하게 마무리한 기념으로 내년도 사업과 의견 청취를 하면서 조촐한 음식 대접을 하는 날이기에 바짝 긴장했다. 아마도 다른 행사보다도 더 신경을 쓰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올해도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는 것에 대한 축하도 겸해서 더욱 반가움이 크다.

물론 도중에 맡은 노인 일자리다. 초임지에서 노인 일자리 담당자로 2년 반을 챙기던 어르신들이 아니기에 각각의 사정은 모르지만, 인사를 드리고 어르신들 성함을 한 분씩 부르면서 눈을 마주하고 감사드렸다.


시골에 부모님이 있는 자녀들은 모를 것이다. 어른들에게 있어서 노인 일자리는 부업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언제 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꽤 활성화되어서 우리가 아는 행정복지센터에 모여서 일하시는 것 말고도 다양하다. 대충 한 달에 27만 원가량을 수입으로 생각한다면 시골에서는 적은 돈은 아니다. 게다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다. 그 자체가 노인 여가 활동임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경쟁도 치열하고, 떨어진 어르신은 한 달은 푸념을 하시면서,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작 나는 부모님이 노인 일자리를 하시는 그것에 반대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만한 활동도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신다고 해더라도 욕심이라는 생각에 극구 말렸다. 담당자가 되어보면 평균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모여서 일하고, 혹여나 사고 나실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은 그분들은 모르신다. 또 그 자녀분들도 모르시겠지.

그렇기에 노인 일자리 담당자는 연말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음식 대접하는 이러한 간담회가 너무 반갑기만 하다. 마음 졸인 상태가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는 순간이랄까? 각종 예산의 복잡한 계산보다도 건강하시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자녀의 마음이다.


복지 업무를 하면서 다시금 노인 일자리 담당자를 맡은 것은 거의 5년 만이다. 그만큼 부담스럽고 어렵기에 피하고 싶었지만, 기왕 맡은 것이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자녀의 마음으로 안전과 또 안전에 대한 말을 하면서 웃으며 간담회를 마쳤다.

그리고 신경을 써서 준비한 식사에 만족하고 드시는 모습에서 힘들었지만,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나는 대충 어르신들 틈에서 밥공기를 추가해서 함께 식사했다. 그와중에 어르신들은 내년에 뽑을 일자리에 본인은 꼭 해줘야 한다지만, 그건 해봐야 안다면서 능청을 떨면서 슬쩍 넘겼다.

실제로 내 의견이 반영될 여지도 없다. 그냥 내년에도 건강하게 신청하시고 즐거워하시고, 혹여나 후순위로 밀리셨다 해서 화를 내시더라도 지금만큼 정정하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렇게 즐거운 날이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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