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은 겨울이 다가오면 할 일이 더 늘어난다. 12월을 시작으로 이웃 돕기 성금과 물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파를 대비해서 행정적인 각종 점검이 많다. 물론 한 해의 예산을 마무리하고 또 내년의 준비도 동시에 진행된다.
일반 사람의 한해 정리와 새로운 시작은 마음만 가지고 다이어리에 몇 자 적으면 끝이지만, 행정은 서류와 절차로 이어지기에 야근은 불가피하다. 요즘은 2023년도 노인 일자리 신청 접수와 어르신 목욕권 신청 접수로 못 나갔던 경로당 안전 점검을 나갔다. 그나마 뜸해진 신청 접수 덕분에 생긴 여유라지만, 혹시 몰라서 점심시간도 약간 포기하고 나가 보았다.
시골에는 경로당. 즉, 마을회관이 곳곳마다 있다. 어느 경우에는 행정 구역상 통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자연 마을 형태의 경로당도 존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마을회관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살았고, 활동했다.
다만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고, 남은 사람들이 이제는 노인들 뿐이기에 자연스럽게 경로당으로 변해버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노인분들의 사랑방이 되어버린 마을회관이자 경로당이다. 그곳에 노인분들이 모여서 식사도 하시고, 낮 동안은 여가 활을 보내신다.
나라가 좋아져서 그래도 이곳에는 보통 집에는 구비할 가전제품은 모두 있다. 보통 안마의자까지 있으니, 안 모일 이유는 없는 셈이다. 내가 방문한 경로당에는 한참 식사 중이셨다. 역시나 인심도 좋아서 식사하고 가라는 것을 정중하게 뿌리치고 점검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경로당 앞에 고양이 무리가 단체로 모여있었다. 시골스러운 플라스틱 밥그릇이 인상적인 건 정말 큰 크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저 정도 고양이를 먹이려면 별수가 없었겠다 싶다. 아직은 초딩 정도로 보이는 고양이 무리는 할머니들이 주시는 밥을 먹고 자란 것이 틀림없다. 특히나 이 마을을 출장 가면서는 유독 고양이들을 많이 봐왔다.
그래도 경로당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녀석들이 막 나가려는 내 앞을 문밖에서 가로막고 있다. 아마도 식사를 마치고 밥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모여있는 것 같다. 과연 오늘 반찬은 무엇일지? 사료도 아닌 남은 밥을 탈탈 모아서 주는 것도 잘 먹는 것이 영락없는 시골 개냥이들이다. 역시나 나를 따라오지는 않는다. 다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시는 할머니를 보자 따라나선다. 과거에 뭔가 얻어먹은 손맛이 있는 걸까? 차에서 점검표를 작성하면서 그 모습을 보니 참 유쾌하다.
하지만, 이런 고양이들도 경로당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인구가 더 줄어들면 경제적 논리와 관리상 이유로 마을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회장과 총무 혹은 이장을 맡을 사람도 없어진다면, 정말 그럴 것이다.
가끔 행정을 똑바로 하라는 민원이 제법 많다. 주로 타지에 사는 자녀분들이다. 물론 타지에 자녀들이야 본인이 낸 세금이 잘 쓰이는지가 궁금하겠지만, 경제 논리에 과연 자신들의 고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하는 것은 참 웃프기도 하다. 그리고 사라지는 마을이 생기는 수만큼 행정력은 더 미약해질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이런 따뜻한 경로당 앞 풍경도 내가 일을 하는 어느 순간에도 사라질 것이다. 어찌 보면 고양이들도 사람이 많은 곳이 더 살기가 좋으려나? 갑자기 서울 고양이와 시골 고양이의 묘한 동화를 상상하며 경로당을 돌아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