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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01. 2023

두꺼운 책을 읽는다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사무실로 택배가 왔다. 아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오는 온라인 서점 택배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묵직한 책 무게에 주변 시선이 조금 더 뜨겁다. 책을 좋아하고, 동물을 귀여워하며,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제목만 보고 샀다. 그리고 실물로 영접한 책의 두께는 좀 당황스러웠다. 가방에 넣기는 좀 부담스럽고, 손에 들고 보기에는 거의 전공책 수준이었다. 내 책을 본 직원이 신기한 듯 묻는다.


  "이 책은 얼마 정도면 읽을 수 있어요?"


  고민하고, 답하길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별문제 없이 쭉 읽는 다면이라는 단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들 독서 방법에 대해서 논하는 글이나 영상이 있다. 솔직히 그건 각자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여기저기 두고 보는 편이다. 자는 곳에 한 권, 사무실에 한 권, 가방에 한 권, 차에도 두어 권. 이렇게 두꺼운 책은 읽어 나거나 잠들기 전에 한 파트씩 읽고,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책 쇼핑에 읽은 책과 사두었던 책 탑에서 대충 마음이 동하는 주제에 책을 집중해서 읽는 것이 내 독서법이다. 그러다 중요한 부분은 노트에 적기도 하고, 표시를 해두는 식으로 흔적도 남긴다. 또 페이스북에 내가 읽은 책은 사진을 찍어서 짧은 글을 남기고, 저장한다.

  

  일종의 독서 리스트 작성이랄까?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에는 독서를 조금 하고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좋아하는 책만 읽었고, 남들의 글을 읽는 것은 귀찮아했다. 그랬기에 책을 읽지만, 글로 성공하지 못한 소년은 공무원이 되었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책을 접하는 빈도는 많은 편이지만, 독서광에 비하면 어린이 그림책을 읽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 시간이 대폭 늘었다. 메모를 좋아하기에 과거의 내 시간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가 휴직을 하면서 많이 있었다. 덕분에 내가 얼마나 도둑놈 심보로 글을 써왔는지 알게 되었다. 과거처럼 단편적 책만 읽고, 일기만 쓰면서 작가가 되길 원했다. 2019년의 3월쯤에 그 현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책을 쇼핑하고, 읽는 것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흔히 주변에서 보이는 개

  그렇게 잡다한 모든 지식에 관심이 생기고, 내 이야기만 하는 글을 벗어나는 것도 점점 주변을 보는 관찰의 대상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도 그렇게 쓸 주제가 많냐는 이야기가 많다. 아마 이것은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의 고민 아닐지?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은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절대 소재가 고갈될 염려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을 접하면서 그러한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내 브런치 글에도 많은 부분 고양이 관련 주제로 글을 써왔다. 실물로 영접한 고양이만으로도 서점에는 수 십 권의 책이 존재한다. 사진과 글과 그림 등으로 콘텐츠는 풍부하다. 브런치에도 많은 집사들이 자신의 반려 동물들을 자랑하고 있지 않던가?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에서 딱 100 종만 추려서 책을 만들었다. 아마도 저 두께의 분량으로 쉽게 접근하는 사람이 적을지는 몰라도, 주제만큼은 절대로 무겁지 않다는 것을 보증한다.

  세상에 보이는 것이 동물이고 식물이고 사람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글감이 부족해서 글을 못 쓴다는 것은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것을 묶어서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과 책을  탄생시키는 것이 작가이고, 편집자의 몫이 아닐지. 이렇게 독서는 나를 자극시키면서 꿈꾸게 하고, 반성도 하게 한다.

  100번째 동물의 주제를 읽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난 과연 어떤 인간일까?"

  너무 많은 인간들 틈에서 나를 최대한 비슷하게 묶어서 설명해서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고민을 좀 하다가 멈췄다.

  일단은 최대한 읽고, 쓰다가 나의 인생이 멸할 때쯤은 결론이 나오겠지 싶어서 쉼 없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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