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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21. 2023

6월, 숨은 고양이 찾기

새끼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말에 부모님 집을 갔다가 사무실로 출발하려는데, 다소곳하게 나를 응시하는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쳤다. 바로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분 정도 눈을 마주치고는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같이 갈래?"


  그 말을 듣고 무서웠는지. 어린 고양이는 화단 안으로 쏙 하고 숨어 버렸다. 물론 나와 함께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도 당장 고양이를 키울 여건은 안되었다.

  다만 눈가에 눈물 자국이나, 생김을 보니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 보였다. 아마 어미가 있다고 해도, 그건 쉽게 고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손으로 잡히지 않는 길고양이를 위해서 치료를 해줄 선량한 집사도 드물다. 잘 자란다면 좋겠지만, 반야생의 길고양이 생존에서는 다들 온전한 수명을 누린 경우는 극히 소수다.


  다행이라면 우리 동네 인심은 좋다. 고양이 밥을 주고, 물을 주는 것에는 어른이 투박하게 자상하다. 보통은 그래서 굶어서 죽는 일은 없다. 그런 결과로 시골 고양이는 뚱냥이들이 많.

  게다가 요 시기에는 새끼고양이도 많이 낳는다. 철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야옹거리는 길냥이들은 많이 마주친다. 이날 본 새끼 고양이도 그런 시기에 태어난 아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혹 그런 논쟁을 하기도 한다. 밖에서 자유롭게 사는 고양이가 좋을까? 집에서만 사는 집냥이가 좋을까? 답은 각각 다르지만, 난 그래도 자유가 좋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불쌍한 고양이 때문에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어도 들과 산을 뛰는 시골 고양이는 나름 행복하지 않을지.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사무실을 갔다가 길거리에 차에 치어서 죽은 고양이를 보았다. 앞서서 시골 고양이는 굶어 죽지는 않는다지만, 사고로는 참 많이들 무지개다리를 지난다.

  그것도 묘생의 숙명이겠지. 애써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다가 저 고양이와 내가 뭐가 다를지를 생각해 보니 인생도 그렇다는 마음이다.

  모든 결과가 본인의 선택과 우연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내 손길을 떠나 버린 고양이의 삶도 어쩔 수 없겠지. 다만 잘 자라서 다시 만나길 기도해 본다. 물론 이것도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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