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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17. 2023

카메라로 보는 세상

펜이 아닌 셔터로 그린 나의 새로운 글쓰기

  요즘 작가의 글쓰기는 어떤 요구 사항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 능력 중에서 단연 필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필력이다. 30대 중반에 작가라는 제2의 직업을 꿈꾸는 글린이가 제일 갖고 싶은 사항. 다만 이것은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다. 또 인내심도 필요하며, 자기만족으로 끝일 수 있다. 

  한마디로 '무관의 작가'로 살다가 영영 세상에 이름 석자 기억하지 못하고, 취미로 끝나 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젊은 작가와 유명 작가의 뒤를 쫓다가 노년에 자서전을 만들고 뿌듯하게 나만 가지고 있는 책을 품고 고요하게 잠들어도 성공한 것일 수 있다. 


  유독 나는 공모전 글에는 자신이 없다. 도전을 해보긴 하지만, 필력을 떠나서 수상자의 글을 접해도 딱히 감흥이 없다. 솔직히 너무 어렵다. 그건 내 부족한 글쓰기 능력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접근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결론에 이르렀다. 

  왜 칭찬을 싫어하겠는가? 또 상 싫다는 사람 못 봤다. 다만 그걸 못 하기에 애써 모른 척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규격에 맞춘 글을 쓰다가 정작 내가 쓰고 싶은 글도 못 쓰겠다 싶어서 흔들리는 번뇌를 다 잡아 보았다. 


  그래서 선언 아닌 선언을 해본다. 


  "난 무관의 작가가 한 번 되어보련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만, 남들이 많이 읽어주는 글을 또 쓰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작가 이춘노'라는 호칭도 부끄럽지 않은 어느 순간이 오겠지. 


  그래서 평소에 마음만 두고 있던 사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아마추어는 장비빨로 시작되는 준비를 과감하게 질렀다. 사실 아플 때 지르는 선택이 호기롭다. 그리고 이미 주문이 들어갔다면, 이후에 지출은 내 뒤에는 마이너스 통장이 든든하게 도와줄 것이다. 


  여기서 처음 나의 질문을 다시 해본다. 


  '요즘 작가의 글쓰기는 어떤 요구 사항이 필요할까?'


  난 그 질문에 '사진'을 답한다. 물론 그 자체도 이미 시대가 뒤떨어진 방식이다. 인터넷으로 영상을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시대에 '사진'은 별 것이 아닐지 모른다. 다만 독자를 위한 최상의 질을 생각한다는 관점에서는 그 자체도 중요한 체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초보자에게 적당한 카메라를 구매하고, 음식과 동물 사진에 집중되는 나의 글쓰기에 맞는 렌즈를 구매했다. 그렇게 용산역에서 이것저것 세팅하고, 서점에서 잠시 책도 아닌 사람 구경을 해보았다. 대충 걸터앉은 계단에서 책을 사고 계산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 세상에는 참 담을 것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점에서는 당연히 책(작가도 되려나?)이 주인공이겠지만,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에 사람 사람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도 위안을 받았다. 

  대부분은 글을 읽지만,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적어도 서점에서 책을 유심히 보는 독자들은 사실 작가를 꿈꾸는 아마추어 작가들 아닐지. 소소하게나마 일기나 메모라도 좋은 짧은 글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감정이나 능력을 정돈하기 위한 수행자이다. 


  한동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몸이 아프고, 일은 잘 안 풀리며, 사람과의 관계는 영 진척이 안 되는데, 주변에서 사고는 터졌다. 그럼에도 한 주를 빼지 않고, 글을 올리면서 연가와 병가를 이틀 내면서 방구석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이 보기에는 일과 메모만 하는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주는 삶의 이유는 뭘지. 생각과 메모를 하다 보니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작가 이춘노'가 되고 싶다. 그러한 과정에 글감을 생각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그나마 내 숨통을 열어주는구나. 

  글을 쓰면서 느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그걸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생각이 차이가 나고, 그걸 담는 손길에 따라서 감동도 줄 수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카메라로 세상을 담아보니 다시금 알았다. 펜으로 쓰는 것과 셔터의 촉감은 참 매력적이란 것을...


  '난 좀 더 돌아다니고, 먹어보고, 느껴봐야 되겠구나.'


  이춘노의 인생을 위해서 혹은 무관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 수행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오늘도 글로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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