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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12. 2023

내 몸도 마음도 무겁다

요즘 내가 참 위험하다 느낄 때

  가끔 내 마음의 답답함을 딱 덜어내어서 저울에 올려두면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그럴 때면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아침에 공복인 상태로 나의 몸무게를 측정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의 무게를 느끼는 방법이다.

  아프면 누웠을 것이고, 그러면 몸이 지방으로 살짝 둘러있을 것이다. 그런 몸의 무게로 마음의 무게까지 측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저울이 고장 난 것 같다. 건강검진 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나는 좀 위험하다 생각된다. 주말 내내 두통이 심하더니 눈이 부어 오른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출근은 피할 수 없다지만, 이제 월 수 금은 노인일자리 때문이라도 기어코 나와야 했다. 시선이 흐릿해지는 운전 실력으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다가 들어와서 각종 민원 전화를 받고는 툭 끊어지듯이 마음이 차가워졌다.


  '난 왜 이러고 있지?'


  요즘 부쩍 결혼 소식과 연애 혹은 여행 소식을 접한다. 부러운 일도 아닌 남의 일인데, 나 자신의 자격 지심이 발동했는지 좋게 안 보인다. 내심 그러한 것들이 부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면 몇 년이 지나도 변할 것 없는 나 자신에 한탄이었나 보다. 음이 차가워지니, 농담도 나오지 않는다. 모든 것들이 나에게 버거움을 주는 삶의 무게일 뿐이었다.


  상담하면 내가 느끼는 묘한 섬세함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도 잘 전달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에 어떤 사건으로 알게 되었지만, 나는 느끼지만 상대는 못 느끼는 미세한 감정선을 난 알고 있었다. 단순히 경험이라고 말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다만 난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의 기준에 맞춰서 감정 공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무척 피곤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 마음도 몸도 피폐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고장 나면 삶의 모든 것들의 무게가 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간혹 너무 무겁게도 느껴지고, 내 목숨마저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항상 그런 고장이 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독여야 했는데, 나에게 무심했던 지금은 몸이 무겁다. 그리고 마음이 한없이 슬프다. 오늘은 푹 쉬고, 낼은 손끝 마디까지 감각이 돌아와야 할 건데... 쉽지 않음을 알기에 잠시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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