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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n 07. 2023

물음표 나비는 날 보고 웃는다

우체국 고양이를 찾아서

  체중 증가라는 꼬리표가 생기고부터는 점심시간에는 가볍게 산책을 했다. 워낙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에 보통은 업무 책상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일을 했다.

   아마 코로나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점심 식사 방식인데, 2년 넘는 시간이 우리의 점심 식사를 참 개인적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 방식이 좋기에 점심은 그야말로 점만 찍듯이 먹고는 다른 일을 했다.


  귀중한 점심시간에 그래도 운동을 해야겠어서 면사무소 주변을 걸었다. 그러면 항상 우체국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


  둘러보니 몇 마리는 차 밑에 숨어 있고, 내가 애착 있게 보는 물음표 고양이는 높게 자란 풀 숲에서 꼭 숨어 있었다.

  그렇게 숨었으면 조용히 지켜볼 것이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뽕하고 걸어 나왔다. 사람에게 친근한 이 고양이는 눈을 마주치면 야옹거리면서 다가온다.

  내가 알기로는 요 녀석들은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고양이 집사들이 많아서 먹는 것은 풍족한 상황이고, 내가 챙겨주는 때는 보통 주말 정도이다.


  평일에 나비들은 나른하게 눕다가 집사들이 오면 반가움을 격하게 표현한다. 사랑을 받았고,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은 몸짓이다.

  울다가 안되면 다가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다리 사이를 뱅뱅 돌면서 바닥에 뒹구르르 돌면서

'나를 사랑해 주라옹' 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감단하다가 결국 운동은 포기하고 그 자리에 발길을 멈췄다.

  그런 귀여운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카메라를 올리자, 나비가 얼굴을 더 가까이 다가왔다. 새삼 표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요 녀석이 웃고 있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

  내가 웃고 있으니 웃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다만 표정이 확실한 두마리. 아직은 경계하는 다른 녀석들과도 언젠가는 친해지길 바라면서 짧은  점심을 마무리했다.

  '다음엔 캔 가지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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