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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16. 2023

모자란 듯 훌훌 마셨던 국수

남원 공설 시장 잔치국수

  이른 아침 허기진 배를 급하게 채웠다. 유통기한 딱 오늘인 양념 돼지고기를 프라이팬에 급하게 볶았다. 몸이 안 좋아서 약도 챙겨야 했는데, 에어컨 수리 출장을 기다린 탓에 시기를 놓쳤다.


  결국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아점으로 밥을 먹고 출장 수리는 미뤄졌다. 철저하게 맞춘 일정이 보기 좋게 깨졌다. 그 길로 차를 몰고 공설시장 근처 한의원을 갔다. 평소보단 절절한 치료를 받고, 뱃속에 허전함을 느꼈다. 솔직히 감기가 오고 있었다. 두통도 기침도 점점 심해졌다. 그 와중에 허전한 마음에 배가 살짝 고팠다. 

  국물이 필요했다. 아님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혹은 둘 다 필요했겠지. 주차장 입구에 국숫집에 발길이 멈췄다. 다음날이 장날인데, 한산하고 손님도 나와 젊은 남자 손님 둘뿐이다. 나는 잔치국수. 다른 손님은 비빔국수. 주인아주머니 손은 분주하나, 인심은 너그러웠다. 반찬으로 팔던 전을 서비스로 주셨는데, 김치와 더불어 기름진 것이 들어가자 목구멍까지 식욕이 올랐다.


  평범하다면 잔치국수에게 실례인가? 시장통 국수는 그 맛이 편하기에 맘 놓고 먹는 음식이다. 난 그렇게 몇 젓가락질로 또 훌훌 넘긴 목넘으로 깔끔하게 그릇을 비웠다. 통은 그렇게 후딱 먹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되겠으나, 어쩐지 잔치국수는 그래도 되는 음식 같다. 시간도 자리도 여유는 있었으나, 현찰을 주인에게 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아점이 아니었다면, 비빔국수도 먹었을 것인데... 돌아와서 서운했는지. 주말에 끙끙 알아 누웠다. 리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곱빼기를 시켜 먹자고.

남원 공설시장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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