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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19. 2023

미소가 환한 직원이 꽃을 담아 왔다

여름에 피는 꽃이 아름다운 이유

  평소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직원이 꽃을 들고 왔다. 테이블 위에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꽃을 든 모습은 빼고 카메라에 꽃을 담아보았다.


  난 평소에 꽃을 사지 않는다. 인사이동마다 받는 화분도 얼마 가지 않아서 죽어버리는 무관심이 너무 심해 가녀린 생명을 다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것에는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여름 날씨를 느끼게 하는 어느 날에도 그랬다. 5월의 여왕이라는 장미가 트위스터 셀렉트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붓들레아도 아름답지만, 향기만 남았고 이름은 금방 지워졌다.

  장미는 그래도 익숙했지만, 붓들레아는 꽃말만 기억에 남았다.


  '우정'


  뭔가 꽃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싱싱한 생동감에서 젊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묘하게 '사고 싶었다.' 사무실에 향기 풍기는 생생함에서 활력이 생겼다. 아마도 사람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본능이 아닐지. 아무리 꽃값에 인색하더라도 그건 사고 싶다.

  사실 꽃만이 아니다. 요즘은 '춘향제'라는 5월의 축제 준비로 남원은 분주하다. 지역 축제가 공무원과 무슨 상관이냐고 묻기도 하지만, 이건 지역의 일이기에 곧 우리의 일이다.

   분장을 하고 진행하는 길거리 행진이 있는데, 우리 면 직원들도 제법 참여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율동과 화장을 연습하는 여직원들을 지켜봤다. (물론 나도 뭔가 입고 걷는다.) 정말 긴 속눈썹을 붙이는 모습은 주변에 화장기 없는 지인들 틈에서 자란 내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만 했다.


  한편으로 꽃을 보면서 직원들을 빤히 구경한  눈치 없는 행동에 구박당한 내가 그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본 이유를 알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에는 또 아름다워지는 것에는 시선이 갈 수밖에 없구나. '


  서로 나이 다르고, 성별도 또 성격도 다른 모두가 모여서  공간에서 일한다. 물론 과중한 업무에 짜증도 날 수 있고, 기분도 상할 수 있겠으나, 나름 사무실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공간을 채울 향기가 없다면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  아름다운 것에 무관심했던 나도 이렇게 타인이 가져온 꽃에 마음이 편안해진 이유는 환한 미소와 아름다움을 가진 동료들 덕분이겠지.

  업무 서류를 등기 보내면서 우체국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나를 보더니 반갑다고, 꼬리가 물음표가 되어 있었다. (찾아보니 물음표 꼬리 모양은 친근함의 표시였다.)

  나도 고양이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꼬리 모양이 저러했을까? 새삼 사무실에 있던 붓들레아의 꽃말을 떠올렸다.


  '우정'


   나는 꽃을 사지 않았지만, 사고 싶어졌다. 살 수 있다면 꽃말의 우정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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