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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y 01. 2023

저는 밀덕후입니다만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읽고

  "취미가 뭔가요?"


  "독서와 글쓰기인데요?"


  보통 이 정도 질문과 대답에는 형식적으로 다른 영역의 질문이 오기 마련인데, 간혹은 더 깊게 치고 들어오는 분이 있다.


  "아~ 그럼 무슨 책을 좋아하세요?"

  "아. 제가 밀덕후라서 그쪽 책을 보는데요."


  약간 당황해서.

  "밀떡볶이요?"

  아차. 순간 방심했다. 아무리 내가 밀가루 분식을 좋아하는 밀덕후라지만, 문맥상 여기서 말한 밀덕후는 '밀리터리 덕후'. 한마디로 전쟁사 광이란  뜻이다.


  나의 전생사 사랑의 시작은 어린 시절에는 ebs의 영상으로 보는 세계대전사였다. 이후에는 책으로 접하다가, 요즘처럼 영상물이 넘치는 시기에는 국방 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역전다방>을 꼬박꼬박 챙겨본다. 물론 책은 종종 접하지만, 역시 책보다는 영상이 더 끌린다.


  사실 나는 모든 취미가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낚시도 캠핑도, 불편한데 왜 저런 것을 하는지 모르는 것도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취미도 별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평화로운 삶은 그 기간이 짧다. 물론 단순히 취미로 치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는 특히나 인간의 본능적 전쟁 욕구는 취미 수준의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전쟁사를 접하면서 항상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전쟁을 하지?"

  복잡한 각종 협약과 협정을 하면서 까지 나온 결과가 불과 몇 년 만에 휴지 조각이 돼버리는 것은 책에서 많이 봤다. (실제로 뉴스에서도 자주 접한다.)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왜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지도자를 뽑은 국민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기관총 앞에서 무모하게 돌격을 외치며 달려든 일본군이 시체의 산을 쌓는 것도 좀처럼 이해는 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과거의 일이니까. 또 그 당시에는 그런 전쟁을 하는 시기였다고 치부하기에는 2022년에도 전면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모두 다 아니라고 말할 때. 누군가 'YES'라고 말하자. 참화가 일어났다. 세계화라고 떠들던 시기에 감히 이런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은 일어났다.


  아마도 전쟁의 다음은 대만과 우리나라가 될 거라는 말을 전쟁 전문가들이 말한다. 실제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2022년 이전에는 별 의미 없었을 것인데, 지금은 좀 우려스럽다.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 효기심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국제정치는 야생이다."


  거친 말 같지만, 전쟁사를 접하면서 자주 떠오른 말이다. 뭔가 큰 명분이 있는 것처럼 떠들지만, 결국은 국가의 이익과 정치인들의 이득에 정의는 쉽게 묵살된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금물이나, 2차 대전에서 일본이나 독일이 승전국이라면 어떠했을까? 가깝게 한국 전쟁은? 더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도 우리 먹고사는 문제가 달라진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 뭘까? k방산이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우리 무기가 얼마나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만든 전투기가 팔릴지? 말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전쟁 당사자도 아닌 폴란드가 왜 무기를 미친 듯이 사는지는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을 하는지도 말이다. 모든 것이 역사 속 전쟁에서 일어난 일들의 연속 선상에서 현재가 돌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현재도 국제 정치는 야생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너무 안일해 보인다.


  대부분의 전쟁은 정치적인 영향이 크다. 물론 그 정치는 경제가 움직인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정치 세력이 민중을 움직인다. 좋은 쪽보다는 지극히 나쁜 쪽으로 말이다. 우리가 정치에 너무 관심이 많아도 문제겠지만, 관심이 없어서 포기해도 결국은 대세의 흐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총을 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일본도 독일도 프랑스도 미국도 하물며 우리나라도 그랬다.


  다행히 긴 역사의 책장은 1945년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그 당시 질서가 슬며시 틀어지는 시대적 분위기는 다른 책에 2023년이 어떻게 기록될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내가 밀덕후라도 취미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좋다. 무거운 전쟁보다는 밀가루 떡볶이가 좋은 아재의 묘한 취미로 세상이 평온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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