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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pr 19. 2023

고양이 꼬리가 물음표다

아침부터 눈 마주치니 밥 달라는 고양이

  나의 아침은 좀 이른 편이다. 출근하려면  차를 타고 30분은 달려야 하지만, 보통 7시 반이면 도착한다. 성격이겠지만 신규 시절에 적응된 습관 나를 아침 인간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잠도 없어서 차라리 집에서 누워있을 거라면 나와서 일을 한다.


  도착하면 경비를 해제하고,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저녁 사이에 묵었던 사무실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인데, 시골이라서 공기의 질은 좋을 것 같지만 향기는 구수(?)하다. 그렇다고 어디서 뿌려 놓은 거름 냄새를 공기청정기가 걸러 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문도 보고, 메일도 읽는다. 오늘 해야 하는 노트에 적어둔 일정 계획을 차근차근 챙기다 보면, 출근하는 사람 점점 늘어난다.

  그렇게 사람이 오기 시작하자 난 밖을 나갔다. 정말 시골의 향기를 만끽하며, 비가 올 것 같은 하늘과 바람을 느끼다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우체국 고양이.

  마주친 눈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불러본다.


  "야옹~"

  마흔 넘은 노총각이 고양이를 부르자. 따라서 야옹거리며 다가왔다. 다가와준 감사의 표시로 차에서 고양이 캔 하나를 대접했다.

  정신없이 먹이를 먹는 녀석을 마주하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른 시간에 와서 일이나 하다 쉰다고 하는 게 고양이 밥 주기라니.

  고양이 꼬리가 물음표였는데, 나도 잠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을 때. 노인일자리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어르신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신다. 나름 이쁜 총각으로 불리는데, 이쁘다와 총각의 단어는 좀 입에 붙지는 않는다. 솔직히 난 이쁜 총각이 아니니까.


  내가 아침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야근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기 출근은 내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편하다는 점도 크다.

  아직은 사람이 좀 두렵다. 솔직히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난 사람 대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 사회생활을 위한 연기라고 해도 다들 믿지 않겠지만, 진심이다.

  

  오늘도 행사로 과거 동료들을 보면서 애써 웃었다. 찌릿한 시선과 동정, 걱정이 겹치는 와중에 인사하고 또 말을 걸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커피를 처럼 마셨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는 것이라고, 좀처럼 야근할 기운은 없었다. 그게 내가 이른 출근을 하는 진짜 이유다. 출근하며 다짐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하루의 사는 전부였다. 복직하고 하루도 편한 적 없던 나는 고양이를 보며, 잠시 나를 느꼈나 보다.


  "야옹"

  배부른 고양이는 꼬리에 물음표가 사라졌다. 아마도 의문이 풀렸나 보다. 녀석은 배가 이제 고프지 않을까? 나도 날 부르는 누군가에게 시선은 피하진 않았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물음표도 사라지겠지. 


  그날을 기대해 본다.

  마음이 고픈 노총각이 물음표를 지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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