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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pr 08. 2023

사람은 가끔 욕 먹어야 정신 차린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이런 무능한 씨~~아!”  

   

  아침부터 욕을 먹었다. 일찍 출근해서 모처럼 따끈한 모닝커피에 차분하게 업무를 시작하려고 했더니, 짜증 섞인 민원인 전화에 하루의 시작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이런 정도는 웃어넘길 줄 아는 n연차 공무원이다.


  오히려 난 팩폭이 더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조곤조곤하고 아주 정중하게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민원인에게는 화끈거리는 얼굴에 등에서는 식은땀도 난다. 실제로 허세뿐인 충고보다 팩폭을 담은 약간의 비난이 더 아프다. 

  난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후자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냥 웃어넘기기 어려운 어두운 현실을 누군가가 딱 꼬집어 말한 기분이랄까? 또 한 편으로는 시원한 감정도 들었다. 왜 그런 상황도 있지 않은가? 욕을 들으면서도 진심이 있기에 아무 말 못 하고 듣기만 하는 막막한 상황 말이다.   

   

  ‘나는 도대체 누구에게 분노하고 있는가?’     


  책을 펼쳐 든 내가 생각한 첫 질문이었다. 필명을 No라고 말하라며, Say No라고 정한 작가는 절친한 친구나 형님이 작심하고 던진 격한 충고를 듣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나는 앞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항상 화가 났다. 그리고 그 분노를 누구에게 풀어야 하는지. 잘 모르던 순간에는 세상을 원망했다. 핑계라면 누구보다 정당하고 생각하는 이유들은 열거하기 쉬웠다. 가난, 병든 노부모, 긴 취업 준비, 업무의 스트레스 등. 세상에 한풀이하듯이 마신 술만 해도 한 트럭은 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화를 냈다. 

  그렇게 화가 돌고 돌아서 나에게 왔다. 해결점이 없는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다시금 쌓이는 악순환처럼 말이다. 몰라서 괴로웠다. 하기 싫은 일을 너무 하기 싫어서 거부하면서까지 나를 방치했지만, 내가 다시금 복귀한 것처럼. 대충 살아도 내가 원하는 것이 로또의 확률보다는 더 높은 기대로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살았다. 사실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 자신은 없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는 원망을 하는 내가 있었다. 끈기와 헌신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에 미친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나는 내 젊음을 가지고 뭘 했느냐는 질문에는 충분한 답을 주저하게 되는 마흔 넘은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태도로 사람들을 이해했던가? 상담하면서도 최대한 그러한 마음으로 진지한 듣기를 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는 작은 다짐 같았다. 마치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뜻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얄팍한 소원만 기도하지 않았던지. 700페이지가 넘는 그렇지만, 비싼 커피 값도 안 되는 7,200원의 값으로 책을 뿌려버린 작가의 욕 한마디에 정신이 들었다.      

  솔직히 좋은 말은 누구나 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할 법한 정말 아름답고, 모두 다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설교 이전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이 그렇게 평등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원하는 삶과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는 점도 말이다. 알면서도 누군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뜨끔하고 자기 변명하기 바쁘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다시금 작가의 질문이 생각났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느냐?’     

  뭘 했을까? 변명처럼 늘어놨던 내 인생의 굴곡에서 정말 그 정도밖에 난 살 수 없었던 것인지? 정말 부자가 던진 솔직한 가르침에 그것을 동경하면서도 아닌 척 다르게 살아왔던 나는 생각이 많았던 한 주였다.   

   

  아니다.

  생각보다는 실천해야 했다. 그래서 난 내 반성문을 이렇게 쓰고, 공개한다. 적어도 나는 남들보다는 하나 더 노력하면서 살아보겠다고, 그게 내가 이 책을 접하고 얻은 가르침의 답이다. 또 그것이 허무하게 허비한 내 젊음에 대한 속죄와 미래의 나에 대한 진정한 투자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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