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이 다육이를 주셨다
작년에 팀장님이 새로 오시고, 어디서 받으셨는지 아이스아메리카노 컵에 다육이를 주셨다.
"춘노 너는 이런 식물을 키워야 해."
그렇게 받은 컵을 원룸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정말로 관심을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남자. 입사하고 받았던 화분은 모두 죽었다. 지금도 내 방에는 흙만 가득한 이쁜 화분이 두어 개 존재한다. 그리고 노인일자리 어르신이 주신 선인장도 잘 자라다가(?) 어느 순간 죽어서 시골집에 화분만 있다. 그래서 난 뭔가 선물로 화분을 받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 내가 아직 이 식물을 죽이지 않고, 그래도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본 지도 1년이 되어간다. 내 입장에서는 참 신기한 경험이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한 번씩 쳐다보고, 목마를 것 같으면 물도 주다 보니 그럴까? 아니면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일조량이 좋은 창가에 두어서 그랬을까? 이 녀석의 성장을 가끔 확인하다가 오늘 손가락 마디 하나는 더 큰 것을 보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 같은 남자에게서 살아남은 이 식물의 정체는 솔직히 모른다. 그냥 나에게 관심을 주었던 직장 상사의 마음이 고마워서 옆에 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이 친구는 나의 1년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말이 없는 식물과 대화는 불가능히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이 친구를 주셨던 팀장님은 다른 곳에 가셨지만, 이제는 다육이를 굳이 주신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외롭게 않게 잘 지냈으면 하는 선배의 마음 아니었을지. 문뜩 그 생각이 나서 마시던 물을 나눠서 친구에게 짠하며 주었다.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