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달이 지나고, 생각이 또 하나 더해진 달이 왔다. 지난달에는 비가 와서 걱정이었다면, 이번달은 폭염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휴가라고 별다를 것 없이 하루가 흘러서 해가 뜨고 또 해가 저물어 갔다. 시간이란 것이 참 덧없이 흘러가는 것을 알기에 난 새벽에 일어나서 일도 하고 글도 써왔다. 주말에 빈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하는 것도 좋아했다. 입사를 하면서 그리고 그전에 취업 공부를 하면서 했던 습관이라서 늦잠을 자고 싶어도 새벽에는 일단 눈이 떠졌다.
그랬던 내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때가 처음 시청 근무를 하면서였다. 아마 사람이 무서웠던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게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난 이미 돌아가기 힘든 상태였다.
솔직히 지금도 난 그렇다.
우울함을 감추려고, 태연한 척. 밝은 빈틈을 보였지만, 난 원래 너무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런 나를 다듬기 위했던 수련이었고, 하나 남은 취미였다. 긍정적인 것은 하나 없는 인생의 삶에서 뭔가 건지고 싶은 발버둥이었기에 간절하게 또 힘들 때마다 글을 썼다.
글은 성공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살려고 썼던 일기였다. 나의 우울함의 근원은 어디였을까?라는 하나의 질문에 책을 썼다. 그리고 하나씩 주제를 담고 써온 브런치 글이 400편이 넘었다.
아팠다. 내 몸도 마음도 그랬고, 부모님은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갔고, 난 간병했다. 이성적인 인연도 내 부족함 때문에 힘들기 마련이었고, 직장에서는 만족은 전혀 없는 것들 뿐이었고 난 아직도 10년을 일해도 말단이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진짜 아팠다.
처음 내가 글을 썼던 주제도 병원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갔었고,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것을 찬찬히 관찰하는 고양이 글도 썼다. 그러다 먹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플 때 먹던 수제비 때문이었지만, 그게 인기를 얻었다. 한동안 그렇게 즐겁게 글을 썼다.
그러다 요즘 입맛이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아파서 그랬는데, 지금은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삶이 밍밍해졌다. 직장 생활에서 밝은 모습도 이젠 좀 지쳤다. 책도 읽기 싫어졌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가 좀 무섭다. 이런 나의 재미없는 삶에 마음이 고단해질 무렵.
문자가 왔다. 우리 지역에 폭염경보인데, 호우주의보를 알리는 문자. 난감한 지금 상황에 또 비상근무를 나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날씨를 봤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서 잠시 짜증이 몰려왔다.
뇌가 딱 멈춰버린 상태에서 누군가 질문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내 장기였는데, 짜증 섞인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날씨도 주변도 세상도 너무한 것 같았다.
지금은 사람을 만나기 싫다. 그런 사람과 만나서 대화는 더 싫다. 그중에서 질문이 너무 듣기 싫다. 아마도 난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질려버린 삶이 아니라 정상적인 날씨가 아닌 온도에 푹 머리가 익어 버려서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