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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Aug 09. 2023

흐릿한 국물 사이에 수제비 보이나요?

순창 <친구네 집> 다슬기 수제비

  브런치가 나에게 별명을 지어 주었다.


  '푸드 분야 크리에이터' 


  조금 내가 먹는 것에 집중한 성과(?)가 이제야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에세이 분야'나 '동물' 분야였으면, 좀 더 어떠했을까 싶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글을 독자가 많이 봐주신 것을.


  덕분에 먹거리에는 더 자부심 있게 글을 쓸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그래서 비도 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독자들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바로 수제비다.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은 알겠지만, 난 흔히 말하는 수제비 덕후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 조회수에 3할은 주제가 수제비였다. 아마도 진심 섞인 마음이 전해졌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최근에 알게 된 맛집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도 순창이나 그 근방에 섬진강을 끼고 있는 식당 중에는 다슬기를 재료로 하는 맛집이 많다. 탕도 있지만, 주로 수제비가 료인 지역은 곡성이나 구례가 유명하다.


  하지만 순창에 왔다면 <친구네 집>에 방문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슬기 수제비의 사진을 찍으면 솔직히 어떤 맛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른바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이기에 흐릿한 국물 사이에 수제비 말고 무엇이 있는지 알기도 힘들다. 간간이 보이는 파란 물체는 무엇일까? 지역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는 다슬기로 통일한다.


  어릴 적, 강가에보일 듯 말듯한 다슬기를 잡기 위해 여름에 팔과 다리가 벌겋게 타버린 기억이 났다. 돌과 물을 자세히 보면, 간신히 느껴지는 다슬기 하나 둘을 그릇에 담아서 삶아 먹던 추억.

  그런 다슬기가 냇가의 흐릿함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게다가 껍질도 없고, 조약돌 같은 하얀 것들은 모두 수제비다.

  얇은 수제비도 아니다. 통통한 수제비임에도 쫄깃하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수제비 식당보다 인심 좋게 다슬기가 가득 담겼다. 냇가물을 담아서 그릇에 놓은 것 같지만, 다른 의미의 시원함으로 국물까지 모두 비웠다.


  가끔은 음식도 사람 속마음처럼 모를 때가 많다. 오히려 알듯 말듯한 애매함으로 조심스러울 때가 많은데, 동심으로 돌아 입맛으로 다슬기를 잡아보는 것도 어떨지. 수제비를 좋아하는 그대에게 친구처럼 초대하고 싶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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